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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흙수저'의 신분상승

입력 2016-10-03 18:44:13 | 수정 2016-10-04 01:49:04 | 지면정보 2016-10-04 A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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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영 < 전 연세대 총장 jeongky@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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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되고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흙수저’ ‘금수저’ 논란까지 등장해 계층 간 위화감을 부추기며, 사소한 일로 심각한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다. 태어난 배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흙수저 금수저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것을 보면, 씁쓸함을 넘어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가 침체되면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사회 곳곳에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안타깝게도 저소득층은 축적된 자산이 적기 때문에 일시적인 소득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경기침체기에 상류층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받는다. 반면 자산이 많은 계층은 경기 변동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오히려 침체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소득 분포는 아령(啞鈴)처럼 양극단으로 집중하는 추세를 나타낸다.

나아가 소득의 양극화는 주거와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돼 심지어는 세습까지 이뤄지는 양상을 나타낸다. 금수저로 부를 세습하고, 흙수저로 가난을 물려받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태생적 신분이 고착되고 이동성이 제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신분이 세습되는 구조에서는 사회 발전의 동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능력이 탁월해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사회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기여를 하려 하겠는가.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양극화가 시장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나쁜 공적(公敵)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나. 부자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소외계층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것도 좋은 정책이지만,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사회 전체가 열린 마음으로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적극적인 기회를 부여하는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문을 적극적으로 넓혀 신분이 상승할 수 있는 소망의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소득 격차가 그대로 입학 장벽으로 직결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정책이 더욱 절실하다.

흙수저의 신분 상승을 보장해 줄 소망의 사다리가 제도화되지 않으면, 사회 발전을 위한 기본 토대도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흙수저든 금수저든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른 사회 아니겠는가.

정갑영 < 전 연세대 총장 jeongky@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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