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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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비경 고군산군도를 서해안 명품 관광지로 키우고 있습니다.”

송하진 전북지사(사진)는 관(官)이 주도해 인위적으로 뭔가 하겠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졌다. 송 지사는 “밑그림은 그려놓았고, 이제 색깔을 채우는 건 투자자들”이라며 “관광은 수요자가 원하는 바를 빨리 찾아내 맞춰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전북도청에서 만난 송 지사는 “섬의 풍경을 확 뜯어고치는 개발보다는 여러 주체가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을 원한다. 오밀조밀 포근하고 정감 있는 섬, 그러면서 자동차나 자전거로도 손쉽게 가 닿을 수 있는 힐링이 되는 섬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고군산군도는 2014년 미국 CNN으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섬’에 선정된 선유도를 비롯 신시도·무녀도·장자도 등 모두 63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은 기본 관광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섬과 섬을 연륙교로 잇고 연결도로를 건설해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지난 7월 새만금 방조제에서 신시도를 거쳐 무녀도까지 이어지는 연결도로(국도 4호선) 4.38㎞ 구간이 1차 개통됐다. 무녀도에서 선유도를 지나 장자도까지 잇는 나머지 4.39㎞ 구간은 내년 말까지 완공해 2018년 1월 완전 개통할 예정이다. 전라북도는 조세 감면, 부지 임대 혜택 등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지만 그는 “큰 투자자는 상징적으로 몇 군데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송 지사는 “여유롭고 운치 있는 한국적 정서가 깃든 곳을 꿈꾼다”며 “‘친환경·친인간’의 가치를 공유하고 소박해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그는 전주시장 재직 시절 한옥마을을 기획해 성공시킨 인물이다.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전주 한옥마을을 창조경제 성공 사례로 발표하기도 했다. 행정에 문화적 감수성을 접목한 자신만의 철학과 노하우가 뚜렷했다. 집안의 문화 DNA 영향이 컸다.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이 송 지사의 선친이다. 송 지사의 서예 실력도 수준급이다. 시집도 두 권 낼 만큼 문재(文才)를 갖췄다.

그는 “억지로 어떤 목표를 설정한다고 해서 그대로 되지 않는다”며 “전체적 틀이나 기반시설은 갖춰놓되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끊임없이 찾아내 적용하고 바꿔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군산군도가 다른 지역 섬과 차별화되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송 지사는 섬 사이의 연륙교 및 연결도로 작업이 끝나면 새만금부터 이어지는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새로 얻은 넓은 부지에 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도 있다. 송 지사는 “각국 청소년 5만명이 모이는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보이스카우트 야영대회)의 새만금 유치에 힘쓰고 있다. 990만㎡(약 300만평) 크기의 땅에 야영지를 만들 생각”이라며 “고군산군도는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이런 새로운 문화공간과도 연결되는 장점을 갖고 있어 다른 섬과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군산=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