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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 멘디니 "사물에 시적 감성 입히는 것이 디자인"

입력 2016-10-03 18:59:49 | 수정 2016-10-04 05:50:56 | 지면정보 2016-10-04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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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과 협업 활발한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

여자친구 본떠 만든 와인따개
1분에 1개씩 팔릴 정도 인기
IT시대, 인간미 있는 디자인 필요

영종도 복합리조트 디자인협업
차가운 대리석에 온기 불어넣을 것
지난 2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그룹 에서 만난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디자인할 땐 오브제와 대화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2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그룹 에서 만난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디자인할 땐 오브제와 대화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 이탈리아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85)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네덜란드 그로닝겐미술관, 일본 히로시마 파라다이스타워를 설계한 건축가이자 가구, 조명, 전자제품, 도자기 디자인까지 작업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어서다.

친근하고 유머 넘치는 디자인으로 그는 일상의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S2, LG전자의 멘디니 냉장고, 한국도자기의 그릇, SPC그룹의 음료수 컵….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한국 제품도 꽤 많다. 그가 내년 초 개관 예정인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의 협업 디자이너를 맡았다. 작업을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2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그룹 본사에서 만났다.

연두색 니트에 검은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손은 자글자글한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눈빛은 또렷했다.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말할 땐 고심 끝에 답변을 이어갔지만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질 때면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인과 이탈리아인의 성향이 아주 비슷해요. 전통을 중시해 진지하면서도 때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을 때가 있죠.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는 한국인의 삶에 ‘색채’를 입히고 싶었어요. 강렬한 색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거든요.”

그가 화려한 색채에 빠져든 건 1970년대였다. 당시 멘디니는 세계 디자인계의 대표적인 급진주의자였다. ‘기능적인 것이 아름답다’는 유럽의 기능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그는 바로크 스타일 의자에 수많은 색점을 찍어 만든 ‘프루스트 의자’(1978)를 선보였다. 이 의자는 그의 대표작이 됐다.

“세계가 경기침체와 전쟁 등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우리 주변의 가구와 소품은 너무 어둡기만 했어요. 일상 속에 시적(詩的) 감성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대자연이나 미술관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만질 수 있는 물건을 통해서요.”

그에 따르면 화려한 색채는 보는 이를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는 “어린아이에게는 어른 흉내를 내게 하면서 정작 어른들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아이 같은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글쎄, 아마도 내가 아직 덜 성장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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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선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다. 세계에서 1분에 하나꼴로 팔려나갔을 정도로 인기를 끈 와인 따개 ‘안나G’(사진)는 자신의 발레리나 친구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본떠 제작했다. 링과 직선으로 이뤄진 조명 ‘라문 아물레토’는 손자와 태양, 달, 지구 얘기를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조명의 빛이 손자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디자인할 때 그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뭘까.

“‘오브제가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사랑받는 것도 단순한 기계처럼 보이지만 부드러운 곡선 등 여자아이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디자인이 적용됐기 때문이죠.”

세계 수많은 회사와 협업하지만 그는 딱 세 손가락으로만 세상과 소통한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작업을 연필로 직접 그리고 쓴다. 삶 자체가 아날로그적이다. 그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인간적인 디자인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기어S2 디자인을 요청했을 때 세련된 전자시계를 디자인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전통 시계 디자인을 원했죠.”

파라다이스시티의 협업 디자이너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리석으로 이뤄진 화려한 건물에 자신만의 색채로 온기를 불어넣고 싶었던 것. 그는 한국의 전통 조각보를 콘셉트로 지은 파라다이스시티의 건물 외벽 디자인을 맡았다. 파랑과 노랑, 빨강 등 그가 자주 사용하는 색채를 통해 차가운 대리석에 기쁨과 생명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야외 공원에는 대표작 ‘프루스트 의자’가 설치된다. 이름은 ‘프루스트 파라다이스’다. 가로 4.5m 세로 4.5m로, 지금까지 작업한 프루스트 의자 중 최대 규모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품입니다. 그 안에서 방문객이 가장 원하는 것을 주고 싶어요. 바로 휴식과 즐거움이겠죠.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운과 행복한 기분을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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