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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프랑스 와인 콧대 꺾은 미국 와인 '신의 물방울'로 적신 땅 미국 나파밸리에 취하다

입력 2016-10-03 15:35:14 | 수정 2016-10-03 15:42:11 | 지면정보 2016-10-04 E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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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마 카운티엔 할리우드 ★의 와인과 미국 가정집 정취가 물씬

루이 마티니 와이너리가 자랑하는
'로트 넘버 원 카베르네 소비뇽'
부드러운 풍미로 오감 사로잡아
루이 마티니 와이너리에서 시음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기사 이미지 보기

루이 마티니 와이너리에서 시음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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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5월, 파리에서 세계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벌어졌다. 프랑스 와인과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 시음대회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이 1위를 차지한 것. 와인의 상표를 가리고 점수를 매기는 블라인드 시음이었고, 심사위원이 프랑스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이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프랑스 와인이 세계 최고라고 믿었던 당시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 사건은 훗날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라고 불렸다. 자존심이 상한 프랑스의 제안으로 1986년과 2006년에 재대결했지만 모두 캘리포니아 와인의 승리로 끝났다. 캘리포니아 대표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를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이 ‘파리의 심판’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경이로운 승리를 거둔 캘리포니아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금주령 시대에 와인을 생산한 비밀

나파밸리(Napa Valley)는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약 80㎞ 떨어져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 반쯤 지나자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길 양옆으로 포도밭이 있고, 그 사이에 나타나는 근사한 와이너리들이 햇살을 받아 빛난다.

도착한 곳은 나파밸리의 심장부 세인트 헬레나(St. Helena)에 있는 루이 마티니(Louis M. Martini) 와이너리다. 아이러니하게도 루이 마티니 와이너리는 금주법이 시행된 시대를 기회로 삼아 발전한 곳이다.

1919년 미국에서는 금주법이 통과돼 이듬해부터 술을 만들거나 파는 것이 전면 금지됐다. 많은 와이너리가 문을 닫았고 미국 와인 역사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이 무렵 루이 마티니는 와인 양조에 불타오르던 서른두 살 청년이었다. 와인에 대한 열정을 멈출 수 없었던 그는 합법적으로 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백방으로 찾았다.

루이 마티니 와이너리를 안내하던 홍보대사는 “당시에 금주법을 어기지 않고 술을 유통하는 방법은 가톨릭 미사에 쓰이는 미사주를 공급하는 것, 의사가 환자에게 약용으로 처방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개축한 루이 마티니의 테이스팅 룸.기사 이미지 보기

최근 개축한 루이 마티니의 테이스팅 룸.

이야기를 듣는 장소는 루이 마티니 와이너리의 테이스팅 룸. 밖에서 봤을 때는 아무 간판도 없는 커다란 창고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근사한 바(bar)가 나타났다. 노출 벽면과 어두운 조명으로 꾸며진 모습 때문에 마치 스피키지 바(Speakeasy Bar, 금주령 시대에 간판 없이 몰래 운영된 비밀 술집) 같다. 옛날 비밀 이야기를 듣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장소다.

두통에는 와인이 최고!

루이 마티니는 의사를 고용하고 가톨릭 교회에 미사주를 공급했다. 당시에는 가벼운 두통이나 불면증에 한두 잔의 와인이 처방됐다. ‘두통이 있다면 루이 마티니를 찾아오세요’라고 주위에 알려서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아오도록 했다.

금주령 시기에는 술을 사기 어려웠으므로 많은 사람이 직접 만들어 마시기 위해 원료인 포도를 찾았다. 루이 마티니는 ‘금단의 열매(Forbidden Fruit)’라는 이름으로 포도 농축액을 만들어 팔면서 ‘물과 이스트를 넣고 화씨 85도 이상으로 두지 마세요. 알코올성 음료인 와인이 되어버립니다’라는 경고 아닌 경고문을 써넣었다. 사실상 와인 제조법을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던 이 제품은 미국 각지로 팔려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금주법이 풀린 1933년 나파밸리의 심장부인 세인트 헬레나 지역에 공식적으로 루이 마티니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끝난 뒤 네 가지 와인을 시음했다. 모두 나파밸리의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밭에서 자랐거나, 조금씩 다르게 양조돼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로트 넘버 원 카베르네 소비뇽(Lot No.1 Cabernet Sauvignon)’이 가장 깊고 부드러운 풍미로 오감을 사로잡았다. 최상급 포도로만 만든 와인을 1번 오크통으로 숙성한 것에서 이름 붙여졌다.

미국 서부 영화 3대 스타의 흔적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나파밸리 와인트레인.기사 이미지 보기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나파밸리 와인트레인.


나파밸리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접한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도 함께 방문한다. 미국 정부에 등록된 포도재배지역(AVA)이 캘리포니아에만 100여곳에 달하는데 나파밸리 다음으로 유명한 곳이 소노마 카운티다. 고요한 산속 오솔길에 소박한 와이너리들이 숨어 있는 소노마 카운티의 풍경은 나파밸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중 옛 농장의 모습을 내부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와이너리가 눈길을 끌었다. 이름은 맥 머레이 이스테이트 빈야드(Mac Murray Estate Vineyards)다. 20세기 중반에 존 웨인, 게리 쿠퍼와 함께 미국 서부 영화 3대 스타로 꼽히는 배우 프레드 맥 머레이(Fred Mac Murray, 1908~1991)가 10년간 살았던 곳이다.

나파밸리 와인트레인.기사 이미지 보기

나파밸리 와인트레인.

이곳은 많은 곳으로부터 투자와 인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맥 머레이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은 세 가지 조건 때문에 그의 사후 5년이 지나도록 새 주인을 만날 수 없었다. 그 조건이란 ‘대지를 농경지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 토지를 분할 매각하지 말 것, 가족 경영 체제가 아닌 곳에는 팔지 말 것’이었다.

현재 이 와이너리의 소유주는 미국 와인 기업 이앤제이 갤로(E&J Gallo)다. 1933년에 이탈리아 이민자 형제인 어니스트 갤로(Ernest Gallo)와 줄리오 갤로(Julio Gallo)에 의해 설립돼 대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다. 갤로는 이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고 1996년 이곳을 인수한 뒤 프레드의 딸 케이틀린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따스한 가족의 숨결이 남은 와인
맥 머레이 이스테이트 빈야드 내부.기사 이미지 보기

맥 머레이 이스테이트 빈야드 내부.


와이너리에 도착하니 입구의 헛간에서 갤로의 홍보 담당자가 활짝 웃으며 마중을 나왔다. 예전에 헛간이던 곳을 방문자 리셉션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헛간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맥 머레이의 사진과 함께 그가 실제로 사용한 물건들도 있었다.

맥 머레이는 1941년 이 농장을 인수한 후 ‘맥 머레이 농장(MacMurray Ranch)’으로 이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집을 증축하고 여배우 준 헤이버와 결혼해 쌍둥이 두 딸도 입양했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이곳에서 소를 키우거나 그림을 그리고 강에서 낚시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맥 머레이 가족이 살던 집은 농장 뒤 너른 초원에 자리 잡고 있다. 1940~1950년대 미국 가정집에 들어서자 마치 옛날 TV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이 범람하던 예전에는 1층 현관과 베란다로 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바닥을 높이는 공사를 했다고 한다. 공사 후에는 청소부터 시작해서 수개월간 복원작업을 했다. 홍보 담당자는 “벽지 문양을 연구해 얼룩으로 손실된 부분을 되살렸고, 맥 머레이가 이 집에 살 때의 모습에 가깝게 가구를 배치했으며 딸 케이틀린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어린 시절 물건도 꺼내 손질했다”고 말했다.
맥 머레이 가족이 시간을 보내던 벽난로.기사 이미지 보기

맥 머레이 가족이 시간을 보내던 벽난로.


가족들이 식사하던 베란다, 맥 머레이가 아이들과 함께 채색한 마룻바닥, 귀여운 욕실, 딸들의 어린 시절 동화책과 장난감까지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그들이 사용하던 냉장고는 지금도 작동되고, 맥 머레이가 그린 그림 아래에 있는 벽난로 역시 여전히 불을 지필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던 벽난로 앞에서 ‘러시안 리버 밸리 피노 누아’ 와인을 마셨다. 입안에 감도는 긴 여운은 집안 곳곳에 스며 있는 맥 머레이 가족의 흔적을 오래도록 되새길 수 있게 했다.

샌프란시스코=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여행 팁

나파밸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렌터카로 운전해서 가거나, 해안에서 운행되는 페리를 타고 가야 한다. 직접 와이너리를 예약했다면 렌터카로 다니는 것이 편하다. 렌터카가 없다면 페리로 나파밸리에 도착해 나파밸리 와인 트레인(winetrain.com)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빈티지 열차 안에서 포도밭 경치를 감상하며 와인과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와이너리 투어를 신청하면 중간에 내려서 유명 와이너리들을 방문할 수 있다.

루이 마티니 와이너리(louismartini.com)와 맥 머레이 와이너리(macmurrayestatevineyards.com)에 관한 정보는 각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매 정보는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keumyang.com)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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