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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예술가 '마음의 저작권' 지켜주는 그런 세상

입력 2016-09-29 18:05:35 | 수정 2016-09-29 23:56:26 | 지면정보 2016-09-30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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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상처받는 섬세한 예술가들
저작권은 이런 예술가를 보호하는 法

황주리 < 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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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화가 시절, 누군가 내 그림으로 달력을 만들면 달력 몇 개 받고 거꾸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은 많이 달라져서 어떤 인쇄물도 작가의 허락 없이 이뤄질 수 없는 세상이다. 저작권의 시대란 예술이 제대로 대접받는 시대를 의미한다.

언젠가 있었던 사진작가 리처드 프린스의 저작권 분쟁을 떠올린다. 프린스는 많은 이가 인터넷에 올리는 인스타그램 중 재미있는 것들을 뽑아 사진을 다시 찍고 약간의 자기 스타일로 변형해 사인을 해서 9만달러에 팔았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인스타그램을 올린 일반인 취미 사진가는 자기 사진을 조금 변형한 프린스의 사진을 그대로 뽑아 900달러에 떨이로 팔았다. 이에 저작권 논란이 일고 법정은 사진작가 ‘리처드 프린스’의 편을 들어줬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남의 사진을 변형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니까 저작권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며, 그 똑같은 사진을 그대로 싸게 판 취미 사진가는 저작권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저작권을 문제 삼으려면 현대미술은 그 대부분을 아프리카 미술이나 세상의 원시미술들에 빚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카소도 모딜리아니도 자코메티도 위대한 아프리카 원시미술에 저작권료를 내야만 할 것이다. 익명의 위대한 원시 예술가들은 고대벽화나 건축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지 않았다. 그것들은 다 신에게 바쳐진 겸허하고 절실한 제물이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생겨난 뒤로 모든 예술품이 상업화하면서부터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다.

2003년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안경에 관한 명상’전을 열었을 때 일이다. 전시가 끝나고 어느 중학교 미술 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집에서 돌아다니는 안경 하나씩을 가져오라 해서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 안경들을 100호 크기 캔버스에 다 붙여놓으니 그럴듯한 작품이 됐다고 했다. 그 콘셉트로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안경에 그림을 그려봅시다’라는 주제를 실으려 하는데 허락해 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듣는 순간 나는 왠지 불편했다. 왜 많은 학생이 굳이 안경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는 몇십 년간 안경을 수집해왔고, 그 안경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1980년대 말 동유럽 여행길에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득 쌓여 있는 유대인들의 안경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20세기 최고의 설치미술이라는 생각이 든 뒤였다. 솔직히 나는 미술 교과서에 ‘안경에 그림을 그려봅시다’라는 주제로 내 아이디어가 도용되는 것 같아 단박에 거절했다. 그리고 몇 년 뒤 미술 교과서에 내 허락 없이 그 주제가 실린 걸 보게 됐다. 참 불쾌했다.

내 안경작업에 어느 네티즌이 단 댓글을 보면서 더 불쾌했다. “중학교 아이들도 하는 이런 작업을 화가가 하다니 실망이다.” 차라리 그 미술 교사에게 허락했더라면 ‘황주리 안경 그림에 아이디어를 얻은 미술시간’쯤으로 교과서에 실렸을 것이 아닌가?

섬세하고 예민한 예술가들은 오늘도 매 순간 상처받는다. 상처를 준 사람들은 그게 왜 상처를 주는지도 모르면서 일들을 한다. 저작권이란 이 섬세한 예술가들을 보호해주는 법이다. 법적인 저작권이 굳이 아니더라도 그저 섬세한 예술가들의 마음의 저작권을 지켜주는 그런 세상이 그립다.

황주리 < 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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