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부산항을 싱가포르에 이은 ‘세계 2위 컨테이너 환적 허브’로 조성하기 위해 초대형 선박 입출항 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크루즈 전용부두는 현재보다 네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증강현실(AR), 로봇,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이 적용된 스마트 항만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안(2016~2020)’을 29일 확정·고시했다.
부산항 '세계 2대 컨테이너 환적 허브'로 키운다
◆선박 대형화 추세 반영

항만기본계획은 항만법에 따라 해수부 장관이 수립하는 항만 관련 최상위 국가계획으로, 1992년부터 10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3차 계획(2011~2020)은 2011년 마련됐다.

해수부는 2014년부터 3차 계획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급변하는 해운·항만 환경과 물동량 등을 새로 반영할 필요가 있어서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대형화 추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9척에 불과했던 1만8000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020년 100여척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28만명 수준으로 예측된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도 352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두 확충이 시급해졌다.

◆항만별 ‘맞춤형’ 육성계획

이번 수정계획은 항만 운영 고도화와 첨단 항만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을 2020년까지 ‘세계 2대 컨테이너 환적 허브’로 조성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신항 2~3단계 사업으로 부두를 기존 21선석에서 37선석으로 늘린다. 대형 선박의 원활한 입출항을 위해 충분한 수심을 확보하고 항로도 준설할 계획이다. 2만TEU 이상 초대형 선박도 하루 만에 하역이 가능한 ‘고생산성’ 하역서비스 제공이 목표다.

광양항은 여수석유화학단지·광양제철소와 인접한 이점을 살려 ‘국내 최대 산업클러스터 항만’으로 육성한다. 컨테이너 부두 4선석은 자동차 부두로 전환하고, 국적선에만 허용되던 자동차 연안운송의 외국적선 개방도 추진한다.

2017년 6선석 신항이 문을 여는 인천항은 713만㎡ 규모 항만배후단지 공급 등을 통해 ‘수도권 종합 물류 관문’으로 개발한다. 울산항은 오일허브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동북아 액체물류 중심 항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크루즈·마리나 시설 확충

항만배후단지 활성화, 준설토 매립지와 노후항만 재개발 등도 추진한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아홉 배가 넘는 2679만㎡ 규모 항만배후단지에 민간분양 방식을 도입하고 제조기업의 입주 요건도 완화한다.

크루즈와 마리나 등 해양관광 인프라도 대폭 늘린다. 해수부는 현재 3개항, 4선석에 불과한 크루즈 전용부두를 2020년까지 인천 서귀포 속초 포항 목포 등에 신설해 9개항, 16선석으로 늘릴 계획이다. 거점형 마리나항만 여섯 곳을 새로 마련하고, 연안여객 부두시설 등도 개선하기로 했다.

부산항신항을 스마트 시범항만으로 구축하기 위한 사업도 예정돼 있다. 컨테이너 하역작업에 로봇 등 무인자동화기술을 접목하고 IoT, AR 등을 적용해 글로벌 선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0년까지 국고 7조4000억원과 민자 7조3000억원 등 총 14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박승기 해수부 항만국장은 “수출입의 99.7%가 항만을 통해 처리되는 만큼 항만 경쟁력은 곧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라며 “해운·항만 환경 변화를 적기에 반영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