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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헷갈리는 지진 척도

입력 2016-09-29 17:44:22 | 수정 2016-09-29 23:39:02 | 지면정보 2016-09-30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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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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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5.8 최대 지진’ ‘월성 원전 진도 6.5 땐 자동 운영 중단’ ‘2년 반 후 진도 8.0 이상 대지진 가능성’….

모두가 지진 용어를 뒤죽박죽으로 쓰고 있다. ‘규모’와 ‘진도’의 의미를 모르는 것부터가 그렇다. 용어의 혼란 때문에 불안과 공포만 더 커진다.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는 ‘규모’와 ‘진도’로 나눈다. 규모(magnitude)란 지진 자체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 지진파의 총에너지를 지수로 환산한 것이다. 제안자인 미국 지질학자 리히터의 이름을 따서 ‘리히터 규모’라고도 한다. 규모 5.0 등 소수 한 자리까지 표시한다. 에너지는 규모 1.0이 증가할 때마다 약 32배 커진다. 예를 들어 규모 7.0은 규모 6.0보다 32배, 규모 5.0보다 1000배 크다.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규모 2.9 이하 지진은 지구에서 하루 9000건 정도 발생한다. 건물에 손상이 갈 정도의 규모 5.0~5.9는 1년에 800건 정도로 얼마 전 경주 지진(규모 5.8)이 이에 속한다. 규모 7.0~7.9는 훨씬 강하다. 1976년 중국에서(규모 7.8) 24만여명이 사망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규모 9.0) 같은 것은 20년에 한 건꼴이다. 역대 최대 지진은 1960년 칠레의 규모 9.5다.

진도(intensity)는 사람이 느끼는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탈리아 학자 메르칼리의 이른바 12단계 진도를 대부분 국가가 쓰고 있다.

진도 4는 실내에서 느낄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거의 모를 정도, 진도 6은 사람들이 놀라서 뛰어나가는 상태를 가리킨다. 진도 10~11이면 건물과 다리가 부서지고 땅이 갈라진다.

그런데 일본은 10단계를 쓴다. 그 전엔 8단계였으나 1996년에 바꿨다. 일본식 진도 3(약진)은 집이 흔들리고 물건이 떨어지며, 진도 5(강진)는 벽에 금이 가고 건물이 무너진다. 진도 7(격진)은 산사태가 나고 단층이 생길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일본식 진도를 써오다 2001년부터 메르칼리 단위로 조정했다.

문제는 일본 단위와 국제 단위를 섞어 쓰는 데서 오는 혼란이다. 일본의 진도 5는 우리의 진도 7에 해당한다. 건물과 축대가 붕괴되는 진도 6은 우리의 9와 같다. 더 나쁜 것은 이런 수치 차이를 공포심 조장에 악용하는 세력이다. 국제 표준인 ‘규모’ 대신에 국가별 기준이 다른 ‘진도’를 갖다 붙이면서 겁을 주는 식이다. 이런 차이를 모르면 선동에 휘둘린다. 한국의 수치는 일본식으로 환산하면 아주 약한 지진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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