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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남자들의 인과응보

입력 2016-09-28 17:49:44 | 수정 2016-09-29 02:16:59 | 지면정보 2016-09-29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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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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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추석과 같은 명절을 지내고 나면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일이 많고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도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밖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저녁에 집에 돌아오고 난 이후에는 소파에 널브러져 참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변하고 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교해 봐도 아버지는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가 20년 전에 정년퇴직한 이후로 취미생활을 하면서 지내시지만 어머니는 20년 전에 비해서 아직도 가사 노동이 줄어들지 않았다. 당연히 자식 입장에서는 아버지는 툭하면 꾸중이나 하는 어려운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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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한 조사에서 편모 슬하 어린이들이 편부 슬하 어린이들보다 영양 상태가 훨씬 좋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자식 입장에서는 아버지는 어머니만 못하다는 뜻이다. 많은 아버지는 아내가 자식을 열심히 돌보는 동안 이에 무임승차해 설렁설렁 놀면서 지낼 수 있으니 별 불만이 없다. 어쨌든 자식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반씩 생물학적 유전자를 받았지만 육아의 책임은 어머니가 훨씬 많이 지기 때문에 남자들은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경제학의 논리는 생물학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은 85세인 반면 남성의 평균수명은 78세라고 한다. 거의 7년 차이다. 의학이나 생물학에서는 호르몬이나 음주 흡연 등에서 원인을 찾겠지만 경제학자인 나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바로 진화론에 의한 선택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생물들은 보다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자손 입장에서는 아버지 쪽은 젊어서 돈을 벌 때는 어느 정도 자손 번식에 도움을 주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반면 어머니 쪽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식들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머니가 오래 사는 것이 자손 번식에 유리하다.

구체적인 생물학적, 화학적 메커니즘은 모르겠지만 회사에 도움이 덜 되는 사원이 구조조정에서 제일 먼저 잘려 나가듯이 자손에게 도움이 덜 되는 남성이 여성보다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의 생각이다. 남성들이 명절에 편하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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