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빈부격차 해소가 최고의 성장전략이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로 꼽힌다. 소득의 양극화로 인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해외 관광·지출은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관광·지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의 빈부격차는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심해졌다.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요구에 따라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자본가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뉴이코노미’가 강조되고, 경영진은 자본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기업 이윤을 높이고 주가 상승을 추구했다. 단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단순 노동력을 대량 해고하고 계열·하청 기업과의 협력관계도 재편했다. 이로 인해 단순 노동자들이 실직 상태가 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며 계열·하청 중소기업들의 경영구조도 극도로 악화됐다. 반면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은 스톡옵션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었다.

이런 경영 활동이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영구조가 튼튼해졌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 기업이 출현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체질은 약화되고 저소득층이 증가함으로써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했고 내수 축소로 인해 한국 경제는 불황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뉴이코노미는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에 수출이 여의치 않고 투자 수요도 미약할 수밖에 없어 불황상태를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저소득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이 적정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저소득계층의 소득을 어떻게 높여야 할까. 첫째, 선진국에서는 정착돼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이 유럽 주요 국가들은 80%대이고, 일본도 60%대인 데 반해 한국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도 동일노동의 경우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70~8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일시에 올리면 기업 경영에 무리가 가므로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주체는 물론 정부다. 정부 예산으로 노동훈련센터를 설립해 분야별로 기술·기능을 강화시키는 체제를 갖춰 비정규직으로 하여금 임금 인상분에 상응한 노동 생산성 향상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창업지원센터를 만들어 직장인들의 퇴직 후 창업 실패를 최소화해야 한다. 조기 퇴출되는 직장인들이 퇴직금으로 상대적으로 창업이 쉬운 음식점 등을 개업하지만 대개는 몇 년 내에 투자금을 날리고 극빈계층으로 전락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셋째, 결손 가정 자녀를 우선적으로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도록 해 그 부모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저소득계층의 소득 증대를 위한 사업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이 예산은 당연히 복지 예산에서 지출돼야 한다. 복지 예산이 일회성 지원사업에 사용되지 않고 저소득계층의 생산성 향상에 쓰인다면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저소득계층의 소득은 늘어난다. 빈부격차가 줄어들면 내수와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을 안정적으로 높일 것이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