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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링컨의 유머와 한국 정치판

입력 2016-09-28 17:42:13 | 수정 2016-09-29 02:19:21 | 지면정보 2016-09-29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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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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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유명했다. 널리 알려진 한 예다. 1858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정적 스티븐 더글러스는 링컨에게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링컨은 “내가 두 얼굴을 갖고 있다면 이 자리에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들고 나왔겠나?”라고 맞받아쳤다. 청중은 폭소했고, 상대 후보는 할 말을 잃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도 이에 못지않다. 그는 한때 여성의 참정권을 반대했다. 여성 의원 낸시 에스터는 이 점을 문제 삼아 처칠에게 “당신이 만일 내 남편이라면 당신의 커피 잔에 독을 넣고 말겠다”고 했다. 처칠은 “만일 당신이 내 아내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커피를 마셔 버리겠다”고 답했다. 공격한 에스터는 ‘무장해제’됐다.

국회 배회하는 험악한 용어들

20대 국회 임기를 시작한 지 4개월. 변화와 개혁을 하겠다는 다짐은 어디 가고 우리 국회는 ‘구태(舊態) 총집합소’가 된 듯하다. 법안 제출은 급증하는데 상임위원회별로 심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0일부터 4일간 있었던 대정부 질문은 지각 출석과 낮은 출석률, 반복되는 비슷한 질문에 판박이 답변이 되풀이됐다.

막말과 고성, 전투적 용어가 여전히 우리 국회를 배회한다.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는 ‘야, 인마’라는 욕설이 등장했다. 지난 8월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장에선 “닥치세요, 멍텅구리…(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뭐야, 어디서…(이은재 새누리당 의원)”라며 삿대질이 오갔다.

지난 23일 밤과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엔 ‘필리밥스터’라는 국적 불명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새누리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대정부 질문에서 시간 끌기에 나섰다. 국무위원들에게 저녁 식사 시간을 줘야 한다는 새누리당 주장에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결합해 이런 용어를 만들었다. 본회의장은 야유와 삿대질이 마구 뒤섞여 ‘목불인견’의 난장판이 됐다.

한국 정치는 스프링 없는 마차

이후 집권 여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협상의 말미를 주지 않고 해임안 표결 처리로 직행한 게 발단이 됐다고 새누리당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여야 간 협상 의지는 애초부터 없었다. 여당은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파행을 유도했고, 야당은 여당이 보이콧해도 손해볼 것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등의 설(說)마저 나돌았다. 원내대표들은 만나면 얼굴을 붉히고 티격태격했다. ‘옳지, 잘 걸려들었다’고 작심하고 달려드는 한국 정치의 단면을 다시 보여줬다.

한국 정치엔 상대를 굴복시키려고만 할 뿐 설득의 기술도, 촌철살인의 ‘재치’도 없다. 지지층을 끌어들이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횡행한다. 미국의 설교가 헨리 비처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한국 정치는 스프링 없는 마차와 같다. 길 위의 돌에 부딪칠 때마다 삐걱거린다.

링컨과 처칠의 ‘촌철살인’의 재치는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막강한 ‘소프트 파워’다. 험악한 단어를 찾아 ‘악다구니’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정치판에서 언제 링컨과 처칠의 ‘아바타’를 볼 수 있을까.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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