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벌어도 살림 제자리…'맞벌이 함정' 빠지지 않으려면
NH투자증권 산하 100세시대연구소는 28일 맞벌이 함정에 빠지지 않는 생활 전략을 소개했다.

둘이 버는데도 빚은 더 많아지는 탓에 맞벌이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고정 비용을 줄이고 부부 중 한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고 관리하라는 조언이다.

◆ 맞벌이 비중 41%…경제적 이유

통계청과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는 유배우가구(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41.7%를 차지해 일반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잡았다.

맞벌이가 아닌 가구 58.3%는 부부 중 한명만 버는 외벌이, 부부 모두 무직, 부부 중 한 명과 자녀가 돈을 버는 가구를 모두 포함한 것이므로, 사실상 맞벌이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구 형태인 셈이다.

맞벌이 가구의 대부분은 '생계형 맞벌이'다. 한 취업포탈 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를 선택한 이유로 직업을 통한 개인적 성취보다는 '외벌이로는 가계를 꾸릴 수 없어서'(44.6%),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37.4%)와 같은 경제적 이유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맞벌이는 외벌이보다 더 버는만큼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실제 맞벌이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566만원으로, 외벌이가구(415만원)보다 150만원 정도 많다.

하지만 150만원 중 저축으로 이어지는 금액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71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맞벌이 가구의 추가 소득이 저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기회비용'과 '큰 씀씀이' '빚'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한 사람이 더 출근하면서 교통비, 의류, 통신비가 더 들어가고 자녀 보육 또는 교육비도 더 많이 쓴다는 설명이다. 즉 맞벌이로 더 벌긴 하지만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맞벌이 효과는 감소하는 것이다.

'둘이 버는데'라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지출도 크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둘이 버는만큼 대출금을 갚기도 쉽다고 생각해 무리하게 대출 받는 경우도 많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평균 부채는 6172만원으로, 외벌이(5194만원)보다 19% 더 많다. 매달 대출 이자로 꾸준히 나가는 돈이 맞벌이 월 소득의 19%에 달한다.

김은혜 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문제는 맞벌이 가구의 소득이 줄어들 때 발생한다"며 "둘 중 한명이 일을 그만둘 경우 소득 대비 대출 이자 부담 등은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맞벌이할 때 월 소득의 19%를 대출 이자로 냈다면 소득이 절반으로 줄면 38%를 대출 이자로 내야 하는 셈"이라며 "생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 고정비용 줄이고, 한 사람이 관리

연구소는 맞벌이 가구의 경우 '부부 중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면 우리 가정은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나?' '현재 지출하는 고정비용(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금, 학원비, 보육료 등)을 위기 시 얼마나 줄일 수 있나?' '위기 때 사용할 비상대책은 뭔가?' 등을 스스로 질문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맞벌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고정비를 줄이고, 부부 중 한 사람이 경제 주도권을 가지라는 게 연구소가 제시한 방안이다.

김 연구원은 "부부 중 더 안정적인 소득을 갖는 사람의 소득 수준에 맞춰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며 "특히 대출 이자를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수준이 낮아진만큼 대출 금리와 상환 조건을 비교해 더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다.

맞벌이는 공동 생활비만 분담하고 나머지 소득은 각자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통제 받지 않은 지출이 많아질수록 새는 돈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김 연구원은 "부부 중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고 소득과 지출을 관리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단 부부간 충분한 대화를 통해 꼭 써야 하는 지출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달 지출 한도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지출하는 것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