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당뇨환자용 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닥터키친 제공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당뇨환자용 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닥터키친 제공
국내 당뇨환자는 500만명(건강보험공단 통계)이고,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까지 합하면 1200만명에 달한다. 4명당 1명꼴로 이미 당뇨에 걸렸거나 당뇨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런 당뇨환자들에게 내려지는 음식 처방은 저염식과 채소 식단 등이 고작이다.

당뇨 식이요법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닥터키친은 ‘당뇨환자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 회사가 벌이는 당뇨환자용 음식 개발 프로젝트명은 ‘당뇨는 맛있다’다. 상당히 도발적이다. 당뇨환자는 저염식, 채소 위주의 ‘담백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통념에 도전한다. 좀 더 짜게, 좀 더 달게, 좀 더 맵게, 그렇지만 건강한 음식을 추구한다.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는 “‘왜 당뇨환자는 항상 밍밍한 음식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창업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 전에 그는 잘나가는 컨설턴트였고, 사모펀드 팀장이었다.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효성그룹에서 일하다가 유니슨캐피털(Unison Capital)이라는 사모펀드에서 근무했다. 나이 마흔이 넘어 그가 창업에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의 인생에 변화를 주는, 더 본질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는 음식이 사람 인생의 본질적 문제라고 봤다.

닥터키친은 특급호텔 출신 요리사들이 직접 참여해 당뇨환자용 음식 레시피 370여개를 개발했다. 당뇨환자에게 좋지 않은 재료를 배제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흔히 당뇨환자에게 금기시되던 짜장면 짬뽕 파스타는 물론, 빵류 등 디저트 메뉴 개발에도 성공했다. 업계 최초로 임상시험을 하며 식단 효과를 최고 수준의 신뢰도로 검증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가 임상시험을 주관하고 있으며 연내 효과 및 시사점에 대한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와 개인 유전자(SNP) 맞춤형 식단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앞두고 있다.

또 의학적인 효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KDA), 미국당뇨병학회(ADA)를 비롯한 유수 선진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에 기초해 의학적, 영양학적 기준을 철저히 준수했다. 올해 1월부터 한 자체 테스트 결과 참여 환자 90% 이상의 혈당이 안정권으로 관리됐으며 최대 30%까지 혈당이 감소하는 환자도 나타났다. 박 대표는 “당뇨환자도 건강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