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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경영상] 하성용 사장, '공기업병' 앓던 KAI에 주인의식 심어…취임후 수출 20배 수직상승

입력 2016-09-27 19:16:28 | 수정 2016-09-28 03:45:38 | 지면정보 2016-09-28 A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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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부문

"주인의식 갖자" 솔선수범…국산항공기 본격 수출시대 열어
일류 기업문화 구축에 사활…"항공업계의 삼성전자 될 것"
"수주 못하면 퇴진" 조건부 사직서…독자 민항기 개발이 마지막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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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이 없다. 경영이 방만하다.”

과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일반적 평가였다. KAI는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통합해 국내 유일 항공기 제작업체로 설립됐다. 출범 당시 대우 삼성 현대자동차 등이 33.3%씩 지분을 가졌다. 뚜렷한 주인이 없다 보니 ‘공기업 같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2005년엔 3사 통합 후유증과 정부 사업 개발비 회수 지연으로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부채비율이 686%까지 높아져 은행 이자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닥쳤다.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이던 하성용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총괄 지휘하면서 KAI의 경영 체질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그는 창원공장을 정리하고 서울사무소 직원을 200명에서 20명으로 줄이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대주주 감자와 산업은행, 우리사주 증자를 거친 KAI는 극적으로 회생했다. KAI의 부채비율은 2008년 132%로 낮아져 기업공개(IPO)와 항공기 수출을 위한 체력을 갖췄다. 하 사장이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추천으로 2011년부터 2년간 성동조선 사장으로 일하게 된 것도 당시 보여준 ‘위기 극복 리더십’ 때문이었다.

2013년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AI 사장에 오른 그가 임직원에게 강조한 것은 주인의식이다. 하 사장은 “과거 KAI가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고 악착같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며 “기업문화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 사장의 ‘주인의식 경영’은 실적으로 꽃을 피웠다. 하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다른 국가에서 수출을 꺼리는 이라크로 달려갔다. 40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 8㎏이 넘는 방탄복과 방탄철모를 착용한 채 이라크 현장 곳곳을 누볐다. KAI는 그해 고등훈련기(T-50) 24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이라크와 체결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하 사장은 이후 필리핀, 태국, 세네갈 등에도 수출을 성공시켰다. 취임 후 3년간 맺은 수출 계약만 총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어치에 달한다. KAI가 설립된 1999년 900억원이던 수출금액은 작년 1조8000억원으로 20배 수직 상승했다. 하 사장 재임 기간 KAI 주가는 세 배, 영업이익은 두 배로 늘어났다.

하 사장은 KAI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조차 1위가 아니었던 삼성전자가 글로벌 1등 기업이 된 배경은 일류 기업문화 때문”이라며 “KAI도 세계적인 명품 항공기 제작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기업문화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는 2020년까지 연매출 10조원의 세계 15위권 항공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 사장은 전문경영인이 범하기 쉬운 ‘단기 실적주의’에 빠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30년 뒤 KAI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 5월 연임에 성공한 하 사장은 지난 7월22일 KAI 이사회에서 돌연 ‘조건부 사직서’를 제출했다. “내년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APT)에서 수주하지 못하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 사장은 “죽기살기로 해보겠다는 각오로 조건부 사직서를 낸 것”이라며 “세계적인 방산업체와 경쟁하려면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임직원 4000여명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 사장이 배수의 진을 친 APT사업은 미국 공군과 해군용 고등훈련기 1000대(약 200억달러 규모)를 교체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올해 말 입찰공고를 내고 내년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입찰에는 KAI와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을 비롯해 미국 보잉과 스웨덴 사브, 미국 레이시온과 이탈리아 방산그룹 핀메카니카의 에어마키, 미국 노스롭그루먼과 영국 BAE 등이 짝지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AI는 사업 수주 시 최대 38조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 사장이 따낸 미래 먹거리 사업에는 한국형전투기(KF-X) 소형무장·민수헬기(LAH/LCH)도 있다.

KAI는 이 밖에 독자 항공기 개발과 항공정비(MRO)사업을 추진하는 등 민수 항공기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한국 고유의 100인승 이하 중형 민항기 개발을 2019년부터 추진할 것”이라며 “나의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하성용 사장은…
36년 항공산업분야 외길…발로 뛰는 '영업형 CEO' 명성
방탄조끼 입고 이라크 누비며 취임 후 23억弗 수출 계약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내부 출신 첫 사장으로 36년간 항공산업 분야에 종사해온 전문가다. 2011년부터 2년간 성동조선 총괄사장으로 일한 것을 제외하곤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와 KAI 등 항공산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1951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경북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교수가 꿈이었던 그는 고려대 법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유학을 준비했지만 지도교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유학을 포기했다. 1978년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재무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1999년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가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과 통합해 세워진 KAI에서 재무담당 상무를 거쳐 경영지원본부장(전무), 글로벌사업기획단장(부사장)을 지냈다. 2006년 KAI의 경영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재무구조 개선을 이끈 총괄책임자(경영지원본부장)로서 부채비율을 686%에서 100%대로 낮추는 데 기여했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KAI 대주주는 위기에 처한 기업을 정상화한 하 사장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2011년 성동조선 사장으로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최초의 내부 출신 사장으로 2013년 KAI에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조직에 ‘주인의식’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정부의 KAI 민영화 추진설로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도 자사주를 사들이며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줬다.

하 사장은 발로 뛰는 ‘영업형 최고경영자(CEO)’로 국산 항공기의 수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도 했다. 취임한 뒤 지금까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어치의 항공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이라크에서 수출 계약을 따내기 위해 당시 테러 발생 우려 지역에서도 방탄철모와 조끼를 입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직원과의 스킨십에도 적극적이다. KAI 사천공장으로 출근할 때면 매일 오전 7시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애로사항을 듣는다.

하 사장은 2015년 5월 경남 사천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로 국립대인 경상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하성용 사장 프로필

△1951년 경북 영천 출생 △1974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77년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석사) △2015년 경상대 경영학 명예박사 △1978년 대우중공업 입사 △1999년 한국항공우주산업 재무담당 상무 △2005년 경영지원본부장(전무) △2010년 글로벌사업기획단장(부사장) △2011년 성동조선 총괄사장 △2013년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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