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청구 상황 알아보려…구속 신영자, 호텔롯데 등기이사 사의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롯데 그룹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 일본 홀딩스 임원이 구속영장 청구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 롯데 본사를 전격 방문했다.

또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로 구속 중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이사장은 스스로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7일 롯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께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일본 롯데홀딩스 상무가 서울 소공동 롯데타워 정책본부를 방문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일본 롯데의 실질적 지주회사이며, 가와이 상무는 홀딩스의 홍보 책임자이다.

롯데 관계자는 "가와이 상무가 정책본부 홍보실 임직원과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에 현재 신동빈 회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한국에서 배임 혐의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언급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경제사범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 자체로 '유죄'가 확실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3심까지 재판을 받아야 유·무죄를 따질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에 신 회장에 대한 한국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와 관련해 이해를 구하는 것은, 구속이 확정될 경우 일본 롯데 홀딩스의 임원과 주주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영 관례상 비리로 구속된 임원은 즉시 해임 절차를 밟기 때문에, 신 회장이 구속되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사회와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을 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재 신 회장과 홀딩스 공동 대표를 맡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가 가장 유력하다.

일본 홀딩스 임원과 주주들이 신 회장의 대표직을 바로 뺏지 않고 향후 한국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려준다 해도, 당분간 일본인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 경영 체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씨 일가 가족회사 광윤사(고준샤·光潤社, 28.1%)와 신 씨 일가 개인 지분(약 10%)을 제외한 홀딩스 주식의 과반이 일본인 종업원·임원·관계사 소유인 상황에서 홀딩스 최고 경영진마저 일본인으로 바뀔 경우 사실상 일본 롯데는 신 씨 롯데 오너 일가의 통제·관할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이날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호텔롯데를 통해 "개인적 사유로 회사에 누를 끼치거나 임직원, 협력업체에 폐가 되지 않도록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사의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향후 이사회 등을 열어 신영자 이사장의 공식 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신 이사장은 현재 롯데쇼핑·호텔롯데·호텔롯데부산·롯데자이언츠 등의 등기 이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역할이 없는데다 최근 비리 사건에까지 연루돼 '부당급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밝힌 신동빈 회장의 혐의 가운데 하나도 오너 일가에 대한 '부당 급여'인 만큼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신 회장과 롯데가 '가족·족벌 경영' 쇄신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서씨의 딸 신유미씨에게 2006년 이후 최근까지 500억원의 부당 급여를 지급한만큼 그룹 총수인 신 회장에게 횡령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는 이들 가족에 대한 등기이사 등재나 급여 지급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총수 시절'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도연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