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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영란법 시행, 필요한 건 규제 아닌 자유

입력 2016-09-27 17:39:18 | 수정 2016-09-28 00:57:04 | 지면정보 2016-09-28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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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사익에 봉사하는 규제들
부정청탁 만연은 관료 권한 큰 탓
규제 철폐가 청렴사회의 조건"

신중섭 < 강원대 교수·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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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모험이다.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 도덕적으로 강한 명분은 이 법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공적 논의를 방해했다.

법 제정 과정에서 지적된 여러 우려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예측할 수는 없다. 어떤 법의 제정에 논란이 많았다는 것은 그 법 제정이 초래할 결과가 중층적이고 복잡해 그 법이 목적으로 삼은 긍정적인 결과만이 도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이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켜 전혀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않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을 ‘공직자 등’이 아니라 ‘공직자’로 제한했다면, 이 법의 적용 대상자가 지금보다 엄청나게 줄어들고, 그들에게 감시를 집중할 수 있어 법의 효과는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 법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도 많이 줄이고, 다양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이 현재 모양대로 제정된 것은 우리 사회의 부패가 공직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법 제정의 직접적인 이유는 연속적으로 발생한 검사와 판사의 부패에도 불구하고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었다’는 이유 때문에 이들을 처벌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법 제정 과정에서 공직자의 부정 부패뿐만 아니라 공직에 준하는 모든 직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도출됐다. ‘공익’과 ‘공정성’의 최후 보루로 믿어 온 공직자들과 공직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민의 분노와 좌절이 이 법 입법화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김영란법은 국가기관과 공직자 등에 대한 시민의 사라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극약처방이고, 마지막 선택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그것이 초래할 부정적인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김영란법이 초래할지 모르는 경제와 사회에 대한 부정적 결과가 힘을 얻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기관과 공직사회 등의 부정부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 법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일시에 제압했다.

국가기관과 공직자 등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과 연결돼 있다. 내가 속한 나라가 상식적 도덕에 의해 작동한다는 믿음을 잃은 국민은 정신적으로 수치심을 느낀다. 자기가 속한 정치 공동체가 부패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더 이상 국가를 신뢰하지도 국가에 충성하지도 않는다. 부정부패로 시민의 신뢰와 충성을 받지 못하는 국가와 공직자는 국민의 믿음을 배반한 죄목으로 ‘징벌적 가중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김영란법의 강한 명분에 압도되지 말고 왜 공직자 사회에 부정부패가 끊임없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이 만연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의적 권한이 크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의 근본 원인은 공직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공직자의, 공직자를 위한, 공직자에 의한’ 규제 때문이다. 대부분 규제는 공익을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공직자의 사익에 봉사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시행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인, 과감한 규제철폐를 시행해 우리 사회가 넘치는 활력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과 기업에 대한 법적 규제가 아니라, 그들의 창의성과 모험을 북돋울 수 있는 자유다.

신중섭 < 강원대 교수·철학 joongsop@kangwo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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