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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핵이 있어야 북한 비핵화 협상 가능하다

입력 2016-09-26 17:33:42 | 수정 2016-09-27 02:02:04 | 지면정보 2016-09-27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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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성공에 안보는 풍전등화
사분오열 정쟁 딛고 총력 대응
미국 전술핵 재배치 등 강구해야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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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동포사회를 방문해 북핵(北核) 대응에 관한 도움을 요청하는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투표권자로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북핵 폐기에 진력할 것과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도록 청원해달라고 부탁했다. 동포들은 이에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일부에서 방어무기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등 안보 문제에 분열된 모습으로 정쟁을 벌이는 한국이 못마땅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 내 분위기도 이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지난 9일 북한이 핵탄두 시험폭발에 성공한 뒤에도 우리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여전히 일부 국민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고, 여야는 정쟁으로 복귀했으며, 정부는 조용하다. 필자도 기고문을 통해 핵 대비를 위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 조직개편, 전력증강 우선순위 조정을 촉구했지만 아직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임진왜란이나 구한말에 관군을 믿지 못해 일어난 의병처럼 국민이 나서고 있다. 북핵폐기 1000만명 서명운동이 강화되고 있고, 사드 배치는 물론이고 일부에서는 핵무장까지 촉구하고 있다. 어떤 잡지에서는 북한이 연평도 공격 후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하고, 미국이 핵우산을 포기한 채 평화협정에 동의함으로써 베트남의 경우가 재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는 절박감으로 가용한 모든 방책과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최악(最惡)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차악(次惡)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면,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도 감수해야 하고, 핵대피소 구축에도 나서야 한다. 한미동맹을 위해 자존심을 꺾기도 해야 하고, 북핵 공동대응을 위해 일본과도 손을 잡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의 핵전장화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이지만 미국의 핵무기도 배치해 우리 생존부터 보장해야 한다. 냉전이 종료된 지금도 180발 정도의 미 핵무기 배치를 지속하고 있는 유럽의 사례와 같이 일단 핵균형을 이뤄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사용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고, 미사일 방어망을 비롯한 방어조치를 강화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남한에 핵무기가 존재해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해서 요구조차 망설여서는 곤란하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수차례의 주한미군 철수계획 번복은 모두 미국이 반대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고집해 성사시킨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전술핵무기 한국 재배치가 유용하다. 북한의 오판을 확실히 막을 수 있고, 극단적 상황에서 핵응징보복을 하더라도 한국과 책임을 분담하게 된다. 이로써 한국, 나아가 일본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예방할 수 있고, 이를 철수하는 것과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교환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다.

현재의 북핵위기에 대응하면서도 재발방지 차원에서 이 위기를 초래한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문책조치도 필요할지 모른다. 수십년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치하고, 대응태세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누구의 어떤 정책 때문인지를 분명하게 가려야 비슷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강제병합, 6·25 전쟁 이후에 철저히 반성했다면 현재와 같은 안보위기는 예방됐을 것이다. 현재의 대응태세가 미흡하다면 현 안보·국방 라인에 대해서도 신상필벌이 적용돼야 한다. 필자도 미국동포들처럼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서 핵전쟁 걱정 없이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 동포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이 되고 싶다.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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