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지금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한 자산은 주식
투자에 위험이 따른다는 것은 상식이다. 투자와 위험의 관계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개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수렵채취 경제시대부터 인간은 온갖 위험에서 가능하면 안전하게 과일이나 고기(즉 수익)를 획득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르네상스와 더불어 시작된 대(大)항해 시대에 무역선이 출항할 때는 수십 명이 지분을 쪼개 투자했다. 무사귀환이 불투명한 모험에 한두 명이 자산을 몽땅 투자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이것도 불안해 15세기 베네치아에서는 그 지분을 다시 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난 500년간 상업과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투자수익률과 위험의 상관관계가 최우선 관심사가 됐다. 그 와중에 수학의 확률 개념이 도박에서 탄생했고 통계학은 보험에서 시작됐다. 오늘날 웬만한 대학에는 투자와 위험관리에 관한 과목이 개설돼 있다.

그런데 모든 투자 교과서에는 위험자산의 대명사로 주식을, 안전자산의 대표선수로 국채를 들고 있다. 또 한국 투자가들은 부동산을 상당히 안전하면서도 고수익 자산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기간과 상황에 따라 세 자산의 안전도가 달라질 뿐 일반화는 잘못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우선 국채를 보자. 남미 국가들의 국채는 1980~1990년대에 부도가 났다. 유럽의 역사를 봐도 스페인부터 프랑스와 러시아, 기타 제국에서 왕이 파산을 신청하거나 돈을 떼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미래에 미국이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국채를 못 갚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 미국은 1971년엔 달러화의 금태환 불가 선언으로 세계 통화시장을 흔들었다. 당시 미 재무장관은 환율변동 위험에 우려를 제기한 유럽에 “그건 당신들의 문제”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당장 트럼프가 북핵은 한국과 일본의 문제라고 내뱉지 않는가.

부동산이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난 20년간 일본이 보여주고 있지만 더욱 큰 위험은 위기 시 출구전략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 때 영국 부동산 펀드, 그것도 런던 중심부의 알짜배기 빌딩에 투자했던 펀드들의 40%가 환매 불가를 선언했다. 최근 국내 자금흐름은 채권과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 역사상 바닥금리 시대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올릴 계획이고 유럽조차 마이너스 금리에서 플러스 금리로 돌아서고 있는 지금 ‘가장 안전해 보이지 않는’ 자산이 채권과 부동산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투자가들을 실망시킨 주식이 지금 이 시점에 ‘안전하고 바람직한’ 투자 자산일까.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우선 투자가들이 주식을 외면한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매우 신뢰할(?) 만한 휴먼(human) 지표다. 이런 인간적(?) 지표를 떠나 실질적으로 투자수익률이 채권이나 부동산을 월등히 앞선다. 당장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올해 세전 영업이익률이 7.5% 수준으로 추정된다. 1% 남짓한 은행이자나 채권 수익률에 비하면 기업들의 자기자본수익률이 6% 이상 높다는 얘기다. 이뿐이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8년간 코스피 상장기업들이 벌어들인 세전 영업이익의 누계가 700조원을 넘었다. 이익의 합계가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50%를 넘었다. 즉 상장기업들의 가치가 최소 50% 증가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주가는 지난 8년간 지치도록 오르지 못했다.

주식은 지나칠 정도로 싸다. 덤으로 은행이자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이 있다. 물론 주식 투자가 본질적으로 정선 카지노와 다를 바 없고 단기 차익만이 주식의 제맛이라고 믿는다면 주식 투자는 순간의 달콤함 뒤에 길고 험한 ‘고난의 행군’ 추억만 남길 뿐이다. 그러나 주식이 우량기업과 동반 성장하면서 소액으로 대주주가 누리는 기업가치를 같이 향유할 수 있는 증서라고 이해한다면 주식이야말로 저금리 시대에 가장 안전하고 수지맞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