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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정치가 아베의 절묘한 조삼모사 정치전술

입력 2016-09-26 17:43:43 | 수정 2016-09-27 01:47:47 | 지면정보 2016-09-27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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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기 정책으로 국민 심리조절에 성공
일이 잘 되려면 국민의 협조도 불가결

국중호 <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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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정책메뉴가 제시될 때 어느 것을 선택하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지도자의 몫이다. 도토리가 일곱 개 있을 때,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라는 조사모삼(朝四暮三)으로 나누느냐, 반대로 조삼모사로 나누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기분은 사뭇 다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런 인간 심리를 잘 이용하며 말장사에도 능한 정치가다. 금세 변하는 여론 동향을 봐가며 언제 무슨 말을 할지를 능란하게 조절한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경제정책도 ‘아베노믹스’로 번듯하게 포장해 정권유지 방편으로 잘 우려먹는다. 돈풀기로 주식값 띄워놓고 취직자리 많이 늘려놓은 것이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공적이다. 별따기 취직의 한국으로선 부러울 수 있다.

보통은 물가가 오른다고 야단이지만, 일본은 물가를 올리겠다 혈안이다. 물가가 내려가면 기업소득이 줄고, 기업소득이 줄면 월급도 내려가 소비가 줄어들고, 그러면 다시 물가가 내려간다는 ‘디플레이션 소용돌이’가 겁났기 때문이다. 그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내세운 게 돈풀기 정책이었다. 돈이 넘쳐나면 물건값이 오를 거라고 믿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아베노믹스의 상징 인물이다. 2013년 4월 아베노믹스 실시 후, 2년내 2% 물가상승을 이루겠다며 마구잡이로 돈을 풀었지만,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달 들어 일본은행도 2년 내 물가 인상 2% 달성 실패를 인정했다. 돈이 남아 돌아도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소득도 늘어나지 않았으니 물가가 오를 리 없었다.

아베노믹스로 일자리가 늘어나 사람 구하기는 어려운데 소득 수준은 내려갔다. 아베노믹스 실시 당시 0.90이던 유효구인배율(구인수÷구직자수)은 지난 6월 1.36까지 올라갔다(e-Stat 정부통계). 구직자는 100인데 구인수는 136이나 된다는 뜻이다. 반면 실질임금지수는 같은 기간 102.3(2010년=100)에서 98.2로 내려갔다. 10만2300엔 받던 소득이 9만8200엔으로 내려갔다는 의미다. 돈풀기로 엔화 가치가 내려가 수출기업의 고용흡수가 많아졌지만, 비정규직 채용이 늘어나 소득 수준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일본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소득 수준은 낮지만 장기고용도 흔한 형태다.

일본의 가계소득이 내려갔다고는 하나, 먹고사는 데 지장 없고 일자리가 있으니 큰 욕심도 안 부린다. 한국에선 곧잘 효율을 강조한다. 능력이 뛰어나 돈 많이 버는 사람을 보고 효율이 높은 사람이라 연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효율과 집단효율은 다르다. 개인효율이 높다 해서 집단효율이 항상 높은 것은 아니다. 일본은 개인을 내세우는 문화가 아니다. 한 나라의 정점에 있는 집단이 ‘국가’다. 국익 앞에서 판을 깨지 않는 나라가 일본이다. 한반도는 좁은 땅덩어리조차 남북한으로 갈라져 있다. 개인은 똑똑한 듯하나 판이 깨질까 염려스러운 대한민국, 개인효율은 낮아 보이나 집단 규칙에 잘 따르는 일본, 어느 쪽이 효율적인가.

파이가 커지지 않을 때는 그 파이를 어떻게 나눌까를 두고 다투기 쉽다. 아베 정부는 ‘나중에 더 준다’는 조삼모사 정치전술로 국민의 심리조절에 성공했고 장기집권 중이다. 참 절묘하고 기막힌 경제운영이다. 한국이 일본처럼 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일이 잘 되려면 국민의 협조도 불가결하다. 현 정부에선 창업을 장려하고 밀어주려 한다. UC버클리 창업 성공 10계 중 하나가 ‘한 사람은 협력하는 여럿을 당할 수 없다’이다. 한국이 일본에 뒤지는 것도 ‘상호협력’이다.

국중호 <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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