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5개 금융공기업 및 유관기관이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서류접수를 마감했다. 이들 공기업 및 기관은 신입사원 연봉이 4000만원을 훌쩍 넘는 데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근무여건 덕분에 매년 100 대 1 안팎의 입사 경쟁률을 기록해왔다. 올해도 예금보험공사가 160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는 등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총 240명을 뽑는 이들 5개 공기업 및 기관 공채에 몰린 지원자만 1만8000여명에 달했다. 필기시험은 금감원이 다음달 15일,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는 다음달 22일에 치른다.
240명 뽑는데 1만8000명 몰린 '신의 직장'
◆공채 경쟁률 최저 50 대 1 넘어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22일 신입사원 지원서류 접수를 마감한 결과 경쟁률은 66 대 1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쟁률(47 대 1)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금감원 채용 인원이 55명으로 지난해보다 15명 줄었지만 지원자는 330명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분야 경쟁률은 230 대 1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등 다른 곳과 필기시험 날짜를 달리 정한 금감원의 전략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요인 중 하나다. 금감원은 지난해까지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 및 유관기관들과 같은 날짜에 필기시험을 치렀으나 올해는 다른 곳보다 1주일 이른 10월15일로 필기시험 일정을 앞당겼다.

다른 금융공기업 및 유관기관의 채용 경쟁률도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8 대 1에서 올해 60 대 1로, 산업은행은 57 대 1에서 70 대 1로 경쟁률이 올랐다. 지원 인원은 작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모집 인원이 더 큰 비율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방치한 책임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지만 채용시장에서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예금보험공사다. 지난해 192 대 1에서 올해 160 대 1로 감소했지만 지원 인원은 지난해 1920명에서 올해 480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근무 분위기 등을 고려한 지원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러운 고연봉과 안정성

구직자들 사이에서 금융공기업 및 유관기관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은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근무 여건 등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이들 공기업 및 기관의 신입사원 연봉은 4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산업은행의 신입사원 초봉은 4653만원(2015년 기준)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은 예금보험공사도 3862만원(2015년 기준)이다.

전체 직원 평균 연봉도 최고수준이다. 9개 금융공기업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8525만원으로 공공기관 전체 평균(6296만원), 금융·보험업 전체 평균(5849만원)보다 훨씬 많다. 근무 안정성을 보여주는 평균 근속연수도 15년 안팎에 달한다.

퇴직 후 재취업할 수 있는 길도 일반 회사보다 훨씬 넓은 편이다. 다만 금융공기업 및 유관기관들이 올해 일제히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에 따라 예전처럼 매년 연봉이 오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시보다 어려운 필기시험

금융공기업 입사를 위해선 험난한 필기시험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엔 국가고시보다 어려운 논술 문제가 나왔다는 게 지원자들의 평가였다. 한국은행의 논술 문제 중에는 ‘빅 아이(Big I)와 스몰 위(Small We)’에 관한 생소한 지문이 나왔다. ‘빅 아이와 스몰 위’는 미국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이 현대 미국사회를 설명하면서 내놓은 개념으로 지나친 자기중심주의를 뜻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논술 시험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금융기관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한 경우를 가정하고 10조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책’ 등 까다로운 문제를 출제했다. 산업은행 논술엔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인사 방식과 조선 후기 영·정조의 탕평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김일규/이현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