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대한민국 ‘청렴시계’가 ‘0’시로 재설정된다. ‘새 나라를 만들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가 나올 정도로 법의 파장은 ‘쓰나미’급일 것이란 예상이다. GS리테일이 고급 도시락 출시를 준비하는 등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공직자는 약 400만명에 달한다. 사상 유례없는 공직 개념의 확장이다. 정부와 연기금, 대학에서 자문 역할을 하는 민간 기업인들은 진퇴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대학에 기업 경영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업인, 공익재단 감사로 일하는 회계법인 임원,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의 투자가 잘못되지 않도록 조언하는 사모펀드 임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연금만 해도 각종 투자심의위원회에 기업인이 빠지면서 ‘교수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이들은 ‘공무수행사인’으로 규정된다. 법령에 따라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단체나 법인의 구성원은 공직자와 동일하게 간주한다는 뜻이다. 나라에 봉사한다는 의미로 기꺼이 받아들인 ‘공직’이 김영란법 특수를 노린 파파라치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절벽’에 대한 걱정도 많아지고 있다. ‘법인카드 고객’이 급감하면서 지하철 노인택배, 고급 음식점 종업원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지하철 택배의 60%가량은 경조사용 꽃배달이다. 기업들도 ‘법 적용 범위가 명확해질 때까지 대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일각에선 겉치레를 중시하는 기존 관행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새로운 문화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동휘/오형주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