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런 검찰…신동빈 불구속에 무게 실리나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 수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롯데그룹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24일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강 전 행장에 대해 청구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5일 “수긍하기 어렵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보완 수사를 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강 전 행장이 단순한 경영비리를 넘어 지속적인 사익 추구형 부패사범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검찰 구속영장 잇따라 기각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불구속 수사원칙이 강조되면서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하며 구속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검찰이 여론과 성과를 의식해 구속할 사안이 아닌데도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거액의 투자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17일,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연달아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도 박준영·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 내주지 않았다.

이번 영장 기각이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지 닷새가 지난 25일에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것도 검찰의 부담이다. 롯데그룹 인사 중 구속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별건수사로 구속된 사례다.

◆“신 회장 구속 땐 롯데 개혁 물거품”

신 회장이 구속되면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게 롯데 측 우려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경영 투명성 제고를 4대 개혁 과제로 정했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가장 먼저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중단됐다. 롯데는 수사가 끝난 뒤 호텔롯데 상장을 다시 추진해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99%에서 56%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라 호텔롯데 상장은 4~5년간 재추진할 수 없게 된다.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구상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건설 등의 지분을 사들여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바꿀 방침이었다.

오너 경영인 부재에 따른 충격도 클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신 회장은 2012년 초 임원인사를 통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롯데백화점과 호텔롯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했다. 2013년에는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 가족 소유의 유원실업과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운영 계약을 해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구속되면 그룹 지배구조 개혁 작업이 모두 정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선/정인설/이상엽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