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권이 공조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지난 24일 새벽 전격의결했다. 야권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보내는 경고’라며 기세를 올렸다. 청와대는 장관 해임건의가 ‘형식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번 해임건의안은 위헌적 결의라는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해임건의 요건이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관의 직무수행이나 태도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거나, 정책 수립·집행 시 중대과실을 범하는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통설이다. 헌정사에 있었던 다섯 번의 국무위원 해임도 모두 이 요건에 해당됐다.

야권도 이런 내용을 잘 인지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장관 임명 후의 문제가 있어야 해임건의가 가능하다”며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132명이 낸 해임건의안에는 어떤 행동이 해임 사유인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구체적 사유가 적시돼 있지 않다. 김 장관 취임 다음날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발표한 야당에 적법성이나 날치기 논란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지도 모른다.

야당이 해임건의서에 기재한 해임 사유는 두 가지다.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실패한 인물’이며 ‘모독적 표현으로 국회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수신제가 문제는 청문회 과정서 제기된 이른바 황제 전세, 특혜 대출, 친모 방치 등이지만 상당 부분 오해였음이 드러났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친모 방치와 황제 전세는 해명이 충분했다는 게 다수 의원의 생각”이라고 말한 대로다.

결국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시골·지방 출신 흙수저라 무시당하고, 정치적 공격을 겪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이 유일한 사유다.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다지만 이를 ‘청문회 불복’과 ‘국회 모독’으로 몰아가는 것은 ‘기분 나쁘니 해임’이라는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왕조시대 제왕조차 이런 식으로 정치를 전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결 과정도 문제였다. 야당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걸어 놓고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 건을 흥정했다. 실로 의회독재적 발상이다. 여의도의 횡포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