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매출을 5년간 10배 규모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7000억원대에 그친 이 분야 매출을 올해 1조2000억원, 2018년 3조7000억원, 2020년 7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르면 10월 폴란드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한국(충북 오창), 미국(미시간주 홀랜드), 중국(난징)에 이어 유럽에도 생산거점을 마련해 세계 시장을 전방위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2020년 7조 매출"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0년부터다. 2009년 시제품을 양산하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주에 나섰다. LG화학은 이날 “현재까지 전기차 배터리 누적 수주액이 36조원을 넘었다”고 수주 실적을 공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독일 아우디와 다임러,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디이자동차 등 세계 28개 완성차 업체로부터 82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전기차 배터리 인증이 지연되고 있는 중국에서도 최근 3건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기존 수주 금액 가운데 지난해까지 매출에 반영된 부분은 2조원가량으로 아직 34조원의 일감이 남아 있다. 34조원의 수주 잔량 중 30조원은 2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물량이다. 2세대 전기차는 한 번 충전에 3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로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수주한 프로젝트가 앞으로 매출에 본격 반영될 것이란 의미다.

LG화학 관계자는 “수주 초기에는 전기차 시장이 덜 발달해 수주액의 60~70%만 매출로 반영됐지만 최근에는 이 비율이 80~90%까지 올라갔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회사 전체 매출의 4% 안팎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배터리 등 소형 전지 사업이 이익을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아직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흑자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LG화학의 주력 사업인 기초화학 사업은 확실한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이지만 매출이 정체돼 있다.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기로 한 바이오 부문은 성장성은 높지만 중장기 투자가 필요해 당장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이 같은 점이 부각되면서 LG화학과 LG생명과학은 합병 계획이 시장에 알려진 지난 6일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각각 4.3%와 10.5% 하락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 리서치가 8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비전, 파트너, 생산전략, 기술, 마케팅, 판매망 등 12개 분야를 종합 평가한 결과 LG화학이 1위를 차지했다.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대규모 수주 성과를 기반으로 가격, 품질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벌려나가겠다”며 “시장 지위는 물론 기술력과 매출, 수익성에서도 확고한 1등이 되겠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