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전국 출산율 1위로 정부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배우라고 주문한 곳이 있다. 바로 전남 해남군이다. 하지만 어두운 단면이 숨어 있었다. 출산장려금만 받아 챙기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이른바 ‘먹튀 출산’, 그리고 이로 인한 ‘재정 악화’가 그것이다(한경 9월23일자 A1, 3면 참조). 화끈한 출산장려정책의 허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해남으로서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출산 지원책 예산만 매년 40억원으로 연간 3억~4억원에 그치는 다른 기초 지자체에 비해 열 배에 달한다. 신생아 급증은 그 결과였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해남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3802명에 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기간 해남 인구는 7만8346명에서 7만6194명으로 오히려 2152명이나 줄었다. 불어난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이 빠져나가는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났다. 결국 재정만 축낸 꼴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해남의 재정자립도는 6.4%로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해남이 파격적 장려금을 내걸었을 때 이미 예견됐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셋째 아이부터 장려금을 주는 것과 달리 해남은 첫째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 720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여기에 출산 전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항은 출산일만 거주하면 일단 지원금이 개시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러니 신생아를 출산하고 분할 지급금까지 다 챙길 수 있는 24개월 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가구가 적지 않을 것이란 추정도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는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주소지만 해남으로 옮겨 놓은 위장전입 또한 극성을 부렸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복지제도가 스웨던 사람들을 협잡꾼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는데 해남의 출산 대책이 꼭 그런 모양새다. 해남이 출산 장려를 대표 브랜드로 삼았던 만큼 성과 내기에 급급했을 공무원의 연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공짜는 언제나 문제를 만들어 낸다. 노인복지는 멀쩡한 자식을 불효자로 만들고, 멀쩡한 사람을 ‘나이롱환자’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