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디파발리 축제의 화려한 야경.
싱가포르 디파발리 축제의 화려한 야경.
무더위가 꺾이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다시 돌아왔다. 선선한 가을 바람과 높은 하늘,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있자면 떠나고 싶어진다. 일반적인 해외여행이 아니라 좀 더 이색적인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축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기획해보면 어떨까? 태국과 싱가포르의 독특한 축제는 여행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태국 러이 끄라통 - 촛불로 소원빌기

태국 전통 축제인 러이 끄라통.
태국 전통 축제인 러이 끄라통.
11월 태국은 촛불이 뿜어내는 고요한 빛으로 가득해 영험하고 신비하다. 태국을 대표하는 축제인 ‘러이 끄라통’이 11월14일부터 5일 동안 열리기 때문이다. 러이 끄라통은 태국력 12월 보름에 열리는 축제로 바나나 잎으로 만든 연꽃 모양의 작은 배 끄라통에 불을 밝힌 초와 꽃, 동전 등을 실어서 강이나 운하, 호수 등으로 띄워 보내면서 소원을 비는 태국 전통 축제다. 러이 끄라통은 13세기 태국 최초 통일 왕국인 수코타이 때부터 시작됐다. 수코타이 왕조의 초대 왕인 수코타이와 왕의 첩이던 낭 노파마스가 ‘프라 매 콩카’ 여신에게 경의를 표현하기 위해 강 위에 초를 띄운 것이 축제의 기원이다.

수코타이의 러이 끄라통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코타이 역사공원으로 가야 한다. 저녁 무렵부터 영험한 기운이 풍겨 러이 끄라통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6시에 노을이 지면 900년 역사의 수코타이 사원들이 붉게 물들고, 하늘이 어둠으로 가득해지는 6시30분께 수코타이 왕궁이던 왓 마하탓 앞 인공 연못의 촛불이 은하수처럼 떠 있는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7시부터는 왓 마하탓에서 수코타이 역사문화 공연인 ‘빛과 소리’가 열린다. 공연이 벌어지는 내내 수코타이 전통 음악과 복장, 춤이 어우러져 화려하고 장대한 모습으로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야시장, 각종 행사 등도 축제의 흥을 더한다.

러이 끄라통은 태국 전국구 축제다. 이 때문에 각 지역마다 개성 넘치는 행사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태국 수도 방콕도 러이 끄라통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정적인 느낌으로 축제를 치르는 수코타이와 다르게 방콕의 러이 끄라통은 역동적이다. 방콕의 러이 끄라통은 짜오프라야 강의 야경이 하이라이트다. 축제 기간 내내 강 위에는 촛불이 켜진 끄라통이 빼곡하다. 은하수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끄라통의 모습이 도시의 화려한 야경과 어우러져 신비롭게 다가온다. 방콕 짜오프라야 강 최적의 야경 감상지로 알려진 밀레니엄힐튼호텔 360라운지나 디너 크루즈에서 러이 끄라통을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만, 새벽 사원이야말로 방콕 러이 끄라통을 즐기는 최선의 선택이다. 사원이 풍기는 영험한 기운과 끄라통 행렬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도시적인 멋까지 어우러져 독특한 광경을 그려낸다. 태국관광청(visitthailand.or.kr)

싱가포르 디파발리 - 힌두교 빛의 축제
야간 F1 레이싱 대회인 ‘그랑프리 시즌 싱가포르’를 즐기는 사람들.
야간 F1 레이싱 대회인 ‘그랑프리 시즌 싱가포르’를 즐기는 사람들.
싱가포르는 국제 도시답게 1년 내내 축제가 열린다. 싱가포르의 가을 역시 축제로 조용할 틈이 없다. 싱가포르의 가을을 대표하는 축제는 무엇보다 10월29일 열리는 디파발리다. 디파발리는 힌두교 최대 명절로, 산크리스트어로 ‘빛의 축제’를 의미한다. 디파발리가 비록 힌두교 명절이긴 하지만 싱가포르가 국제도시인 덕분에 종교를 초월해 세계인이 하나 되는 흥겨운 축제로 거듭났다.

2016 그랑프리 시즌 싱가포르 포스터.
2016 그랑프리 시즌 싱가포르 포스터.
디파발리 축제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무엇보다 로코르 운하 북쪽에 있는 인도인 거리인 리틀 인디아다. 인도인 밀집 거주 지역인 이곳에서 힌두교인들의 디파발리 문화를 직접 볼 수 있다. 리틀 인디아에 가자마자 눈여겨봐야 할 것은 독특하게 장식한 상점과 가정집의 출입문이다. 출입문들은 밀가루, 쌀, 꽃잎 등이 알록달록하게 장식돼 있다. 인도 전통 장식인 ‘랑골리’다. 랑골리는 출입문을 식량으로 장식해 신을 영접하고 1년간 집안의 축복을 비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랑골리뿐만 아니라 디파발리를 맞아 열리는 플리마켓도 볼거리로 가득하다. 인도 현지에서 만든 전통 장신구, 의류, 카펫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화려한 불빛이 만발하는 리틀 인디아의 밤도 놓치면 아쉽다. 빛의 축제인 만큼 저녁 내내 화려한 불꽃쇼가 끝없이 밤하늘을 수놓고, 길거리와 건물, 집집마다 달아 놓은 형형색색의 등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랑프리 시즌 싱가포르 대회를 치르는 모습.
그랑프리 시즌 싱가포르 대회를 치르는 모습.
지난 9월9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세계 유일 야간 F1 레이싱 대회인 그랑프리 시즌 싱가포르(Grand Prix Season Singapore)도 싱가포르의 가을을 대표하는 축제다. F1 팬은 물론 일반 관광객까지 트랙 밖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자동차 경주 대회보다는 축제에 가깝다. 울트라 싱가포르, 엠버 라운지, 포디움 스카이 라운지, 호텔 베가본드에서 열리는 레이싱 파티와 행사를 비롯해 2016 싱가포르 아트 서킷, 싱가포르 국제 아트 페스티벌, 제5회 싱가포르 국제 사진 페스티벌,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퀸+애덤 램버트(Queen+Adam Lambert),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동시에 펼쳐졌다. 싱가포르관광청(oursingapore.com)

우동섭 여행작가 xyu2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