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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지리산·뱀사골·와운마을…남원, 가을이 깊어진다

입력 2016-09-25 15:56:18 | 수정 2016-09-25 15:56:18 | 지면정보 2016-09-26 E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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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도시 남원

빽빽하게 들어선 원시림…유유히 흐르는 물줄기
한폭의 수채화가 펼쳐지고…

청아한 계곡 물소리 들으며 와운마을 산책도 매력 만점
지리산을 물들인 단풍. 남원시청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지리산을 물들인 단풍. 남원시청 제공


남원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단청 같은 느낌이다. 현대적인 느낌은 덜해도 대신 전통의 향기가 풍긴다. 어느 시인은 남원을 여행하며 ‘한국적인 이미지가 오롯하게 살아있는 곳’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번 주말 풍성한 자연과 전통이 흐르는 남원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풍성한 이야기 수려한 경치의 조화 뱀사골

남원은 진수성찬(珍羞盛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수려하기 이를 데 없는 자연이 사방을 감싸고, 역사의 숨결이 담긴 풍요로운 문화유산이 있다. 맑은 물이 빚어낸 정갈한 먹거리와 장인의 혼이 깃든 예술품이 유명하다. 서편제와 더불어 ‘민족의 소리’로 평가받는 동편제의 고향이 남원이다.

전북 남원 실상사기사 이미지 보기

전북 남원 실상사

하지만 남원을 빛나게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한반도를 감싸안은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다. 이원규 시인은 지리산을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을 지닌 곳”이라고 표현했다. 지리산은 우리 역사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의 수많은 능선과 계곡 소와 담을 품고 있지만 그중 백미로 치는 곳은 단연 전북 남원의 뱀사골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원시림 속에 유유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 구절양장 같은 계곡에 짙푸른 녹음으로 물들여진 골짜기들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비단 자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뱀사골은 품고 있는 얘기 또한 풍성하다. 뱀사골은 이름 그대로 ‘뱀이 죽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1300여년 전 송림사라는 절에 해마다 칠석날이면 스님이 신선이 된다며 산에 들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한 고승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서 주변 사람에게 알아보니 신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뱀사골에 살고 있던 거대한 이무기에게 산 채로 제물이 됐던 것이다. 고승은 그해에 제물로 뽑힌 스님의 옷에 독을 묻혀 산으로 올려보냈다. 다음날 선인대에 올라가 보니 이무기가 승려를 삼키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이후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라는 뜻의 뱀사골이 됐다는 것이다.

뱀사골 들머리 마을은 뱀에게 잡아 먹혀서 온전하게 신선이 되지 못하고 반만 신선이 됐다 하여 반선(半仙)마을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뱀사골이어서 그런지 이 지역의 소나 계곡은 뱀과 관련된 명칭이 많다. 이무기가 용이 돼 하늘로 오르다 떨어진 자리가 움푹 파이며 소가 되었다는 탁용소나 뱀이 꿈틀거리는 모양의 뱀소가 그것이다. 계곡을 지나면 다시 소가 이어진다.

천년의 세월 견딘 오지의 비경 와운마을

뱀사골계곡에서 정상인 화개재까지는 대략 9.2㎞. 정상으로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자연관찰로를 따라 걸어가면 와운골과 뱀사골의 원류가 합수되는 요룡대를 만나게 된다. 요룡대를 따라 와운교를 건너면 하늘 아래 첫동네라고 불리는 와운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나가는 구름조차 누워서 간다’는 뜻의 와운마을은 이름처럼 험하고 고적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동네라고 하지만 주민이래야 7가구 19명이 전부다.

남원시 사매면에 있는 혼불문학관기사 이미지 보기

남원시 사매면에 있는 혼불문학관

와운마을은 현재 지리산북부사무소 자리에 송림사가 들어서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단다. 송림사는 남원의 대표 고찰인 실상사보다 100여년 전 앞서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암자를 네 개나 거느릴 만큼 규모도 컸다. 실상사 창건연대가 828년이니 송림사는 적어도 700년대에 지어진 셈이다.

와운마을의 숲길은 산책하기 좋다. 숲길 옆에 있는 계곡의 계류소리는 청아하기 이를 데 없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물을 감춰놓았는지 우렁우렁거리며 흘러내리는 물은 아마도 숲이 만들어낸 것이리라. 와운마을에서 대처인 함양이나 남원 구례로 나가려면 족히 70리길(28㎞)을 걸어야 했다.

아직도 와운마을 사람들의 삶은 궁벽하기만 하다. 찬물에 간장을 섞어 마실 정도는 벗어났지만 1980년대까지 남원 목기와 한봉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요즘은 고로쇠 채취와 민박으로 척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와운마을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어머니처럼 살포시 안아주는 지리산을 떠나기에는 이미 산에 너무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나서려는 지리산이 누군가를 호명하는 듯하다. 돌아서 계곡을 보니 흐르는 물과 산뿐이다. 그림자 지는 길을 따라 산을 내려오면 지리산이 토닥거리며 정겹게 등을 두드려 주는 것만 같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수첩

가는 길 -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IC로 나간다. 인월사거리에서 산내면 방면을 거쳐 반선까지 가면 뱀사골로 들어선다. 와운까지 차량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맛집- 새집추어탕(063-625-2443) 남원추어탕(063-625-3009) 뱀사골산채식당(063-626-3078) 천왕봉산채식당(063-626-1916) 일출산채식당(063-626-3688), 유성식당(지리산 흑돼지 063-636-3046)

잠잘 곳 - 와운가든(063-626-0661)은 펜션형 룸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 남원자연휴양림(063-636-4000), 구룡관광호텔(063-636-5733), 남원시청 문화관광과(063-620-6114), 뱀사골탐방안내소(063-625-8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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