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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서비스가 경쟁력인 시대…GE처럼 '굴뚝산업 조직DNA' 바꿔라

입력 2016-09-23 17:49:29 | 수정 2016-09-23 20:48:12 | 지면정보 2016-09-24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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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24> 조직의 변화관리

"제품중심적 사고·문화로는 안 된다"…SW전문가 영입하며 전사적 변신
전략수립엔 꼼꼼한 경영자들, 전략 실행과 직결된 조직변화엔 무지
구조·프로세스·사람·문화…조직관리의 4대 요소 모두 고려
변화관리의 당위성 공유시켜야

김동재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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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과 조직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조직을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을 포함하는 의미다. 필자가 24년 전에 박사학위를 받고 맥킨지에 입사했을 때 처음 접한 용어 중 하나가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였다. 성공적인 전략의 핵심이 조직 변화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경영자들은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상당히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비해 전략 실행에 결정적인 조직 변화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생각이 체계화돼 있지 못하다.

최근의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는 조직 변화관리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야기되는 현상들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의 핵심이 돼가고 있다. 또 제품 자체보다는 그 제품을 활용한 서비스의 내용에 의해서 승자와 패자가 구분되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사례는 더 극단적이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소유하지 않는 회사가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나 호텔보다 기업 가치를 높이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사회의 패러다임 하에서 설립돼 운영되는 대부분 기업이 어떻게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상황이다.

변화관리의 첫 번째 원칙은 ‘틀을 가지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조직은 매우 복잡한 존재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조직을 달리 정의할 수 있는데, 이런 조직의 다면적인 내용을 몇 가지 분석적인 틀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을 구조, 프로세스, 사람, 그리고 문화의 네 가지 구성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 구조는 조직도에 그려진 조직의 보고체계를 의미한다. 프로세스는 조직이 움직이는 과정, 예를 들어 의사결정 과정 등을 뜻한다. 사람은 글자 그대로 조직의 내부 구성원을 말하고, 문화는 조직이 공유하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집단적인 믿음과 일련의 공유된 규범을 지칭한다.

‘조직이 변화됐다’고 하려면 위에서 말한 조직의 구성요소가 모두 변화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에서 조직 변화는 조직 구성요소의 일부에 대한 변화 시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경우가 조직구조의 변화다. 구조적인 변화는 가장 실행이 쉽고 가시적이라는 장점을 지닌다. 말하자면 조직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다. 기존 조직구조를 뒤로 하고, 새로운 부서를 만들고 일부 부서를 없애기도 하면서 회사 전체의 구조적인 관계를 새롭게 정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많은 구조적 변화 노력이 그다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겉으로 모양은 바꿨지만 업무가 이뤄지는 프로세스는 기존 방식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은 더 더디게 바뀌며, 조직문화의 변화는 요원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변화관리의 두 번째 원칙은 위에서 설명한 조직의 구성요소 중에서 어디부터 변화를 시도해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접근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전반적인 조직 변화를 시도하면 자칫 조직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신중하게 디자인된 접근방법으로 변화를 ‘관리’해야 한다. 물론 조직의 구성요소가 모두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측면에서 변화의 시동이 걸리지만 다른 측면의 변화 역시 연계돼 변화하는 전체 조직 구성요소 간의 정합성을 유지해 나가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업의 개별적인 여건 및 상황과 속해있는 산업 내지 시장의 특성에 따라 변화관리의 접근방식이 다를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간략히 살펴보면 더 명확한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구글이 작년에 시도한 조직 변화는 전형적으로 구조적인 측면의 변화관리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사업 환경에서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구글은 결과적으로 산만해 보일 정도로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다각화를 했다. 회사를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와 바이오, 홈정보기술(IT), 스마트시티 등의 구체적인 사업을 하는 여러 자회사로 개편해 조직 변화를 시도해 나가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근 변화관리는 상대적으로 프로세스와 사람을 우선시하면서 조직 변화를 시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13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지닌 GE는 전형적인 20세기 산업사회의 성공모델이다.

이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하드웨어, 제품 중심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제조업 조직문화를 21세기 사업 환경에 맞게 바꿀 것인가이다. 빌 러라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공을 들여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외부전문가 영입에 이어 전개된 CEO 주도의 일련의 변화관리 과정은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게 이뤄졌다. 기존 구성원의 자존심을 살려가면서 왜 소프트웨어가 회사의 미래가 돼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동참을 유도해 나갔다. ‘산업인터넷’이 미래 주력사업이라고 선언한 GE의 변신은 매우 놀라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프리딕스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기반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시장에 나왔고, GE는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마디로 21세기에 최적화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고, 실제로 조직은 변화하고 있다.

신생회사는 이른바 과거의 ‘레거시(유산)’가 없어서 더 과감한 변화관리가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변화관리는 흥미롭게도 조직의 가치관을 강조하면서 조직문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마치 프로구단과 같은 성과지향적인 문화를 내세우면서 ‘Context, not control(우리는 통제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한다)’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는 회사 경비를 사용하는 지침이나 내규가 없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지출하라는 단순한 원칙만 있을 뿐이다.

끝으로, 변화관리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직의 실체는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이다. 조직구조, 프로세스, 사람, 그리고 조직문화 어느 것을 건드리든 기본적으로 조직 구성원이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세세한 과정상의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고, 변화의 당위성을 명쾌하게 공유해야 한다. 변화관리에서 ‘관리’는 억지스러움이 아니라 과정에 꼼꼼한 고민과 진실성이 담김으로써 이뤄지는 인간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21세기에 적응해 나갈 것인가

디지털 기술혁명을 중심으로 하는 21세기의 사업 환경 변화는 많은 한국 기업에 커다란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포스코 등 이른바 간판 기업들이 공통으로 맞부딪히는 것이 하드웨어, 제품 중심의 전통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어떻게 21세기에 맞게 변화시킬 것인가이다. 단순히 하드웨어, 제품 자체의 상대적 부가가치가 낮아지는 데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전통적인 한국 기업의 문화를 불편해하고 아예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급격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당면한 도전은 전략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조직 변화의 문제다. 지난 40여년의 성공에 대한 기억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조직의 집단적인 사고방식이 최근의 환경변화를 좇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변화관리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마치 체계적인 식단과 운동을 통해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가듯이 조직 변화에 대한 커다란 분석적 틀과 치밀한 접근방법, 그리고 최고경영진이 확고한 변화 의지를 가지고 지금 당장 변신을 시작해야 한다. 조직 변화는 많은 경우 무지(無知)의 결과가 아니라 의지(意志)의 결과다.

김동재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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