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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경찰 출동해도 "니들이 뭔데"…흉기 휘두르고 차에 매달고

입력 2016-09-24 09:01:00 | 수정 2016-10-04 17:54:58 | 지면정보 2016-09-24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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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방해 사범 연평균 1만4000여명…도전 받는 공권력

경찰 대상 범죄 흉포화
음주단속 도망가던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 종종 일어나
화물차로 순찰차 들이받기도

지난해 공무집행방해 사범 1만231명 중 징역형 968명뿐
대부분 집행유예·벌금형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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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 소속 노모 순경은 새벽 순찰을 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만취한 오모씨(35)가 순찰차로 다가와 차량 뒷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노 순경이 재빨리 차에서 나와 이를 제지하자 오씨는 “나는 치과의사고 동생은 변호사야, 니들은 뭐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노 순경의 목을 때리고, 차 뒷문에 달린 선바이저(햇빛가리개)를 부쉈다. 만취 상태였던 오씨는 술이 깬 뒤 경찰 진술에서 “순찰차를 택시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전에도 공무집행 방해 전과가 두 차례 더 있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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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을 때리거나 경찰서 기물을 부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순찰차를 화물차로 일부로 들이받거나 경찰관을 차량에 매달고 도주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중대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공권력이 곳곳에서 도전받고 있지만 공무집행 범죄 대부분이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공권력 경시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거 어려운 폭행·폭언 다반사”

공무집행 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일반적인 폭행죄(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강하게 처벌받지만 전국에서 하루 평균 40명 안팎이 공무집행 방해로 검거된다. 지난해 경찰이 공무집행 방해로 붙잡은 인원은 1만4556명에 달했다.

실제로는 통계 수치보다 훨씬 많다는 게 현장 경찰들의 얘기다. ‘공권력 남용’이란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어 입건하지 않고, 참고 넘기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위는 “일반인들은 멱살만 잡혀도 폭행으로 신고하지만 경찰관들은 ‘근무 나갔다 맞았다’는 말을 하기 쉽지 않다”며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할 정도면 상습적이거나 정도가 심한 사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출소·지구대 내에서 민원인과 취객들의 웬만한 폭언이나 폭력은 참고 마는 게 현실이다. 집기를 부수거나 경찰관을 직접 때리지 않는 이상 공무방해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애로를 호소하는 경찰이 늘어나자 2013년 ‘관공서 주취 소란’을 처벌할 수 있도록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됐다. 이후 취객이 경찰서 등에서 난동을 부리면 현행범으로 체포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렸다고 곧바로 체포하는 사례도 드물다.

최근에는 단순 폭행을 넘어 자동차나 흉기를 사용하는 등 공무집행 방해 범죄 형태가 난폭해지는 추세다. 지난 5월 경북 김천시 한 파출소 앞에서 음주단속을 하던 정모 경사는 운전자 문모씨(33)의 차에 치여 순직했다. 정 경사는 문씨가 음주감지기 반응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나자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문씨는 지시를 거부하고, 창문을 잡고 있는 경찰관을 매단 채 10여m 질주했다. 정 경사는 결국 차 뒷바퀴에 치여 숨을 거뒀다. 경찰은 동료를 잃었지만 ‘고의적인 살인’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사 혐의만 적용해야 했다.

지난 6월 전남 담양군에선 음주단속에 불만을 품은 김모씨(59)가 자신의 화물차를 몰고 순찰차를 들이받는 일도 있었다. 순찰차에 타고 있던 의무경찰 세 명과 경찰관 한 명이 다쳤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된 게 화가 나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 차를 몰고 단속장소로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차량 등을 이용한 특수공무집행 방해죄(치상·치사 포함)로 검거된 인원은 2011년 595명에서 지난해 926명으로 5년 새 55%가량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자체가 흉포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1심 판결 86%가 집행유예·벌금형

미국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경찰관 폭행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처벌은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경찰관들은 토로한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전에서 벌어진 경찰 구타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윤모씨(25)는 술에 취해 대전 서구의 한 농협에서 자고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얼굴을 때려 상해를 입혔다. 대전지방법원은 지구대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 방해·상해)로 기소된 윤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에 취해 우발적인 범행을 한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집행 방해와 관련해 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은 사람은 1만231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968명에 불과했다. 대다수가 집행유예(5117명)나 벌금 등 재산형(3718명)을 선고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무집행 방해죄도 가해자가 피해자인 경찰과 합의를 시도하는데 공탁금 등을 걸면 법원에서 대부분 인정해준다”며 “법원이 양형을 할 때 취객들의 범죄에 관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에선 경찰 폭행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를 국가로 보고 개별적으로 가해자와 합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공무집행 방해 사범에 대해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된 인원은 2011년 840명에서 지난해 1437명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794명이 구속됐다. 경찰청은 지난 6월 “자동차 등을 이용한 범죄로 경찰관이 사망하면 특수공무집행 방해죄가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하겠다”는 수사 방침도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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