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세 번째)가 23일 밤 국회의장석 앞에서 정회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세 번째)가 23일 밤 국회의장석 앞에서 정회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문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표결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파행됐다.

국회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여야의 갈등으로 진통 끝에 오후 2시 반께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대응 방안을 놓고 오전 내내 의원총회를 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개인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에 있으라”는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제1야당의 힘 자랑이자 갑질”이라며 “표결 강행에 따라 초래될 정기국회 파행에 대한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더민주를 성토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다수 서민의 분노를 받아 야당이 정부·여당과 청와대에 보내는 또 하나의 국민적 경고”라고 맞받았다.

해임 건의안 처리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오락가락했다. 지난 5일 더민주·정의당과 해임건의안을 함께 내기로 합의한 국민의당은 당내 일부 의원의 반대로 21일 공동 발의에 불참했다. 하지만 이날은 “당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는 얘기가 나오는 등 찬성 쪽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한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안건을 자동 폐기시키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신청 전 본회의가 시작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대정부 질문 도중에는 ‘국무위원 필리버스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정부 관계자를 대거 소집해 답변 늘리기를 요청한 장면이 다수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여당 부탁을 받은 국무위원들이 고의로 장황한 답변을 해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질의자로 나선 정우택·임이자 의원 등은 자신의 발언은 짧게 하고, 총리나 장관의 발언은 길게 듣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법상 질문하는 의원의 발언시간은 15분, 의사진행발언은 5분으로 제한되나 국무위원 답변시간은 제한이 없다.

김재수 장관은 이달 1일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도덕성 의혹이 제기돼 야당이 ‘부적격’ 보고서를 채택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부글부글 끓던 야당에 기름을 부은 것은 김 장관이 임명 직후인 4일 경북대 동문회 밴드에 올린 글이었다. 김 장관은 당시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 흙수저라 무시당했다”고 울분을 토하며 ‘법적 조치’까지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김 장관을 해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회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해도 대통령이 수용할 의무는 없다. 1987년 개헌 이후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사례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2001년)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 두 차례다. 두 장관은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