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지혜 씨(28)는 이번 주말 남자친구와 ‘연트럴파크’ 가까이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연트럴파크는 서울 연남동에 있는 옛 경의선 숲길을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 인근 상권을 뜻한다. 공원을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비유해 연남동과 합성한 이름이다. 이곳에는 최고급 커피 원두를 사용하는 스페셜티커피 전문점 등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다양한 매장이 밀집해 있다. 김씨는 “연남동에서 커피를 마신 뒤 홍대로 가서 저녁을 먹고 미쏘, 유니클로 등에서 쇼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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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일명 ‘샤로수길’을 걷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일명 ‘샤로수길’을 걷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 대기업 금융계열사에 다니는 김상우 과장(40)은 이번주 사흘이나 저녁식사를 종로에서 했다. 거래처와 횟집, 부원들과 고깃집, 친구들과는 치킨집을 찾았다. 김 과장은 “회사가 근처라 공적인 회식과 비공식적인 모임을 모두 종로에서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홍대·연남동 찾는 20대

[빅데이터로 본 서울 상권] '연트럴파크'서 데이트하는 20대…압구정에 쇼핑 가는 30대
SK플래닛의 유동인구 데이터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20대는 홍대와 신촌, 연트럴파크, 대학로 등을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촌의 20대 비율은 28.74%로, 주요 13개 상권의 20대 평균인 21.09%를 크게 앞질렀다. 홍대(27.78%) 대학로(24.59%) 연트럴파크(23.92%)가 뒤를 이었다.

이 지역에 20대 유동인구 비중이 평균치보다 높은 것은 젊은 층이 좋아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학로와 홍대는 연극과 음악 공연을 보며 문화 활동을 즐기거나 소규모 숍 등에서 저렴한 가격의 패션 상품을 쇼핑할 수 있는 지역이다.

연남동과 신촌은 유명 디저트 카페와 맛집이 많아 트렌드에 민감한 20대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연남동 카페거리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대학교가 근처에 있다는 점도 이들 상권에 20대가 많은 이유로 꼽힌다.

종로·명동은 회식 메카

30대는 압구정동과 가로수길, 샤로수길 상권을 선호했다. 특히 압구정 상권의 유동인구 중 30대 비율은 40.63%로 전체 조사 지역의 30대 평균치(38.14%)를 웃돌았다. 세 곳 모두 20대가 즐겨 찾는 홍대, 연남동처럼 트렌디한 맛집 등이 많은 것은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시끌벅적하게 저녁을 보내기보다는 차분하고 여유롭게 즐기길 원하는 30대 특성과 잘 맞는다는 평가다. 압구정과 가로수길엔 고급 패션 브랜드들도 있기 때문에 쇼핑 단가도 20대가 좋아하는 곳보다 높은 편이라는 특징이 있다.

남성은 종로와 명동을 여성보다 많이 찾았다. 종로와 명동의 남성 유동인구 비중은 각각 52.9%와 52.6%를 기록했다. 두 곳은 전통적으로 직장인들이 회식을 많이 하는 곳이다. 종로는 보신각 뒤편에 먹자골목이 있고, 명동은 을지로입구역 근처에 고깃집 등이 밀집해 있다. 여성이 많이 찾는 지역은 20대가 선호하는 지역과 상당수 겹쳤다. 여성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58.8%를 기록한 대학로였다. 신촌(56.7%)과 홍대(56.7%) 연트럴파크(54.5%)가 뒤를 이었다.

잠재고객 분석에 용이

SK플래닛은 지난 1일부터 가로수길 강남역 경리단길 대학로 명동 샤로수길 신천 신촌 압구정 연남동 이태원 종로 홍대 등 13개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유동인구를 분석했다. 개별 기업의 의뢰를 받고 하던 특정 점포 입점지역의 상권 분석을 확대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플래닛은 유동인구 수 분석이 잠재고객을 파악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임동찬 SK플래닛 시럽스토어기획팀장은 “구매행위를 하는 현재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던 기존 카드 이용금액 분석과 달리 상권을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의 이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위치기반 서비스 분석의 특징”이라며 “구매 데이터 기반의 기존 분석과 함께 활용하면 잠재고객을 파악해 숨어 있는 수요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고은빛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