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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의 괴발개발] 젖병 대신 마우스 잡은 아빠…"굿바이 '육아 노가다'"

입력 2016-09-25 08:30:00 | 수정 2016-09-26 13: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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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아내에게 만들어준 모바일 수첩
육아 정보 플랫폼 '베이비타임'으로 성장

둘째·셋째 낳아 돌아오는 충성 이용자들
"산부인과에서 추천받고 뿌듯…출산 장려 앱 되길"
(왼쪽부터) 서울 강남구 선릉로 더벤처스 스타트업 센터에서 만난 홍민영 심플러 매니저, 양덕용 대표, 정재화 매니저. 그들은 '베이비타임'이 육아에 나선 부모들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앱이라고 소개했다.기사 이미지 보기

(왼쪽부터) 서울 강남구 선릉로 더벤처스 스타트업 센터에서 만난 홍민영 심플러 매니저, 양덕용 대표, 정재화 매니저. 그들은 '베이비타임'이 육아에 나선 부모들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앱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노가다'였어요."

육아라면 까마득한 미혼 기자에게 양덕용 심플러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짧고 강력한 단어 하나로 표현했다.

2010년 첫째 아이를 낳은 그의 아내는 늘 수첩을 끼고 살았다. 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 때마다 시간을 기록했다. 잠에서 깨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도 시계를 보고 수면 시간을 확인했다. 분 단위로 일일이 기록하는 게 속칭 노가다가 따로 없었다는 얘기였다. 하루에도 수십번 여닫은 수첩은 초보 엄마의 마음처럼 금방 너덜너덜해졌다.

"하루 24시간동안 아내 자신을 위한 시간은 5분도 없었어요.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우는데 이유를 몰라요. 말을 못하니 배가 고픈지 졸린지 알 방법이 없죠. 그래서 기록이 중요했어요. 아기들은 개월수에 따라 먹고 자는 간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거든요. 그 주기에 맞춰 밥을 먹이려면 수유 시간이나 양을 정확히 기록하는 게 중요하죠."

돌이 막 지난 아기 아빠인 정재화 매니저가 양 대표의 얘기를 거들었다. "기록을 잘하면 엄마, 아빠들도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시간 맞춰 밥을 먹이고 재우며 되니까 미리 하루 계획을 짤 수 있죠. 원하는 걸 알고 준비해주면 아기가 울거나 보챌 일도 없고요. 아기는 연애할 때 여자친구랑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7년차 아빠와 새내기 아빠는 언제 밥을 먹였는지 기억도 못할 만큼 정신이 없는 게 육아라고 입을 모았다. 양 대표는 자신보다 몇 배는 더 힘들 아내를 위해 육아 앱(응용프로그램) '베이비타임'을 만들었다. 처음엔 육아 기록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모바일 수첩에 가까웠다.

"아내가 제법 만족해 하길래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 앱을 올려봤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호응과 피드백이 쏟아졌죠. 앱을 직접 써본 엄마들이 어떤 기능을 넣어달라고 요청도 많이주셨고요. 베이비타임의 핵심 기능은 대부분 이용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어요."(양 대표)

모바일 수첩을 넘어 베이비타임이 육아 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된 데는 엄마들의 덕이 컸다는 설명이다. 수유, 기저귀 교환 시간을 알려주는 알림 기능과 텍스트로된 기록을 그래프로 볼 수 있게 한 통계 기능 모두 이용자들의 아이디어였다.

둘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 대표(왼쪽)와 지난해 처음 아빠가 된 정 매니저. 이들은 기사 이미지 보기

둘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 대표(왼쪽)와 지난해 처음 아빠가 된 정 매니저. 이들은 "육아는 힘들지만 아이를 통해 얻는 행복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LG전자 연구원으로 10년동안 일했던 양 대표는 직장을 관두고 지난해 6월 심플러를 세웠다. 퇴사 전 약 5년동안 회사 일과 앱 개발을 병행하면서 육아 앱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고 그는 말했다.

"어떤 기능이 필요하다는 리뷰가 올라오면 머릿속엔 얼른 그 기능을 앱에 넣어야 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평일엔 회사를 다녀야 해서 주로 주말을 이용했습니다. 주말 저녁부터 새벽엔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골방에 들어가 앱을 손봤어요."(양 대표)

심플러 설립 후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엔 9억5000만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올 들어서는 인력 확충에도 나섰다. 베이비타임의 마케팅을 이끄는 홍민영 매니저는 올 상반기 심플러에 합류했다. 베이비타임은 이달 중 iOS 버전 앱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육아 정보는 넘쳐나요. 카페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도 잘 돼있고, '국민 육아 서적'이라 불릴 만큼 유명한 책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정보들을 엄마들이 잘 다루기는 쉽지 않죠. 엄마들이 3시간마다 젖을 먹여야 하는 건 알면서도 3시간 전이 언제인지는 깜빡하는 것처럼요."(홍 매니저)

"저희 앱은 실제로 산모들이나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해요. 한 번은 아내랑 산부인과를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베이비타임을 추천해주시더라고요. 뿌듯했죠. 카페나 블로그에서도 자주 언급되고요."(양 대표)

베이비타임은 아기의 발육 상태나 육아 일기 등을 공유하는 엄마들의 커뮤니티로도 자리잡았다. 포스팅을 개월수별로 검색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생후 100일'로 검색을 하면 다른 이용자가 올린 백일잔치상 차리는 방법을 볼 수 있다.

"육아가 조금 익숙해지니까 우리 아이가 잘 크고 있는 게 맞는지,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크고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첫째 아이의 키, 몸무게 같은 발육 상태를 올렸더니 다른 이용자들이 너도나도 올리는 거에요. 다들 저희 부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나봐요. 그래서 포스팅 공유 기능을 추가해 커뮤니티의 성격을 강화했죠. 곧 댓글과 채팅 기능도 넣을 예정입니다."(양 대표)

육아 경험이 없는 홍민영 매니저는 기사 이미지 보기

육아 경험이 없는 홍민영 매니저는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 베이비타임의 높은 인지도를 보고 입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베이비타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외로운 엄마들의 '대나무숲'이 되기도 한다. 베이비타임에서 엄마들은 힘들고 슬픈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엄마와 아기의 사진도 날것 그대로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안경을 쓴 '진짜 엄마'들의 모습이다. 이용자 층이 다양한 다른 SNS들과 달리 엄마들만 모인 공간의 특성이란 얘기다.

"'아이와 이렇게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는 글만 있는 게 아니에요. 한 번은 아기가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어요. 엄마가 아픈 아기에게 말을 거는 대화체로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이 앱의 이용자는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엄마들을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하고 그것을 공감해주는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싶지 않을까요."(홍 매니저)

베이비타임은 육아 앱이란 특성상 사용 기간이 한시적이다. 아기가 어느 정도 크면 앱 활용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한 입소문과 출산 후 다시 찾는 충성 이용자들 덕분에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는 50만건에 육박한다.

"앱이 필요 없어지면 그냥 지우면 끝이 잖아요. 저희 앱을 사용한 엄마들은 마치 작별 인사하는 것 처럼 '그동안 잘썼다'고 리뷰를 많이 남겨주세요. 어떤 분은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는데 기능이 더 좋아졌다고 글을 남기셨어요. 알고보니 둘째를 낳고 컴백하셨더라고요."(홍 매니저)

"베이비타임이 첫째 아이와 같이 태어나서 그런지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마음이 들어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이용자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계속해서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베이비타임이 계속해서 대물림되는 육아 앱이 될 수 있도록요. 나중에 '엄마가 나를 키울 때 쓰던 앱으로 내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리뷰도 보고 싶네요."(양 대표)

"힘들지만 행복한 게 육아에요. 저도 결혼 전엔 아이를 낳는 순간 제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했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부부가 얼마나 현명하게 육아를 하느냐에 따라 행복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부모님 세대와 비교하면 육아 환경이 훨씬 편해진 것도 사실이고요. 베이비타임이 육아에 대한 고민을 덜어줘 우리나라 출산율 상승에 기여하는 앱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정 매니저)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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