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계열사 전체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대출, 지급보증 등 신용공여액(익스포저)이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신용공여액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한진해운은 13%가량 됐다.

22일 한국신용정보원 기업여신정보시스템(CRT)에 따르면 한진그룹 계열사 38개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신용공여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7조905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진그룹 총여신 8조…산업은행 3조·수출입은행 1조3천억
신용공여는 대출, 지급보증, 유가증권 매입 등 금융거래상 신용위험을 갖고 있는 모든 직간접 거래를 말한다. 대한항공이 항공기 구입을 위해 별도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은 계열사가 아니어서 이번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계열사 중 신용공여액이 가장 많은 곳은 4조230억원인 대한항공으로 그룹 전체의 50.8%였다. 다음으로 많은 곳은 한진해운(1조888억원)으로 13.7%였다. 이외 (주)한진(4458억원)과 지주회사인 한진칼(2459억원), 칼호텔네트워크(2056억원) 등도 한 자릿수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회사별로는 한진그룹 익스포저의 대부분인 81.9%를 은행(6조4812억원)이 갖고 있고, 보험회사는 2791억원이었다. 전체 익스포저의 81.9%(6조4812억원)를 차지하고 있는 은행권을 살펴보면 한진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3조302억원으로 신용공여액이 가장 많았고, 수출입은행(1조3771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EB하나은행(4992억원)의 익스포저가 가장 컸고 우리은행(4553억원), 농협은행(4269억원), 국민은행(4229억원) 등의 순이었다. 신한은행은 1424억원으로 익스포저가 가장 적었다. KEB하나은행은 대한항공을 포함해 한진해운, 한진칼, (주)한진 등 주요 계열사에 두루 대출이 나가 있었다. 신한은행은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익스포저가 거의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은행들에 23일까지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여신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가 한진그룹 전반과 금융권에 번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요청이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지원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대한항공 이사회는 지난 2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불거진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긴급 자금 60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