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절치부심 6년…'고혈압 올림픽' 주인공 된 카나브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사진)은 2010년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가 열린 캐나다 밴쿠버를 찾았다. ‘고혈압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학술대회에서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후 김 회장은 2년마다 열린 학술대회에 어김없이 참석했다. 카나브의 시장은 해외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술대회 기간 김 회장의 눈길을 끈 것은 화이자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였다. 대형 홍보 부스를 차리고 새 약의 임상 결과를 세계 의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학술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면 카나브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기회는 곧 찾아왔다. 보령제약은 오는 24~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의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국내 제약사가 세계적 의학계 학술대회의 메인 스폰서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고혈압을 주제로 한 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아시아에서 행사가 열리는 것은 2006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학술대회에는 88개국에서 35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서울선언도 발표한다. 고혈압을 잘 관리해 2025년까지 심혈관 질환 사망을 25%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철호 대회조직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은 “토종 신약을 홍보하는 기회가 생겨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보령제약은 학술대회 기간에 총 5개의 심포지엄을 연다. 이를 통해 카나브와 고혈압 복합치료제인 듀카브, 오는 11월 발매할 투베로 등의 임상 결과를 알릴 계획이다. 총 37개 고혈압 관련 제약사와 기관 등이 180여개 전시부스를 차리는데 이 중 가장 큰 규모의 전시부스도 꾸린다.

국내 제약업계 화두는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이다. 그동안 제약사들의 관심은 연구개발(R&D) 역량을 늘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집중됐다. 제약업계는 보령제약의 이번 메인 스폰서 참여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기업의 마케팅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나브 등 고혈압 신약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나브는 세계 여덟 번째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 고혈압약이다. 개발단계부터 세계 무대를 겨냥했다. 보령제약은 연내 러시아, 페루 등에도 카나브를 출시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