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료품점 웨그먼스푸드마켓. 고객보다 직원을 우선하는 경영방침으로 존경받는 회사가 됐다. 웨그먼스푸드마켓 홈페이지
미국 식료품점 웨그먼스푸드마켓. 고객보다 직원을 우선하는 경영방침으로 존경받는 회사가 됐다. 웨그먼스푸드마켓 홈페이지
“우리에게는 수백년 동안 하나의 공동체 사회로서 제조업 경영을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회사를 경영하는 법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제조업과는 전혀 다릅니다.”

글로벌 온라인 콘텐츠기업 넷플릭스를 창립한 리드 헤이스팅스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 제조업시대 경영 방식에 갇혀 있으며, 미래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마을] 손님은 왕?…우리 회사에서는 2순위일뿐
차세대 경영사상가로 주목받는 데이비드 버커스 미국 오럴로버츠대 경영학 교수는 《경영의 이동》에서 ‘이메일을 금지하라’ ‘직원을 1순위, 고객을 2순위에 둬라’ ‘급여를 공개하라’ ‘실적평가를 폐기하라’ 등 앞서가는 조직과 기업이 채택한 혁명적인 경영 아이디어 13가지를 소개한다.

식료품 체인점 웨그먼스푸드마켓은 고객보다 직원을 우선시함으로써 미국에서 존경받는 회사가 됐다. 직원에게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정책은 ‘정리해고 없음’이다. 이는 일선 조직원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문화와 지점 관리자들이 책임지고 직원을 돌보는 문화를 만들 때 경쟁에서 이기는 증거가 됐다.

휴가제도는 산업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큰 변화 없이 지속됐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연간 10일간의 정규 휴가와 월차 휴가, 며칠간의 병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 한 직원이 “지금까지 직원들에게 근무일수를 계산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으면서, 휴가일수는 계산하느냐”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2004년 휴가 제도를 아예 없앴다. 직원들은 자신이 필요한 만큼 휴가를 쓸 수 있으며, 언제 휴가를 갈 것인지 상사에게 알리기만 하면 된다. 이런 무정책주의가 큰 효과를 내자 다른 분야에서도 필요 없는 제도를 없애거나 간소화했다.

소셜미디어업체 버퍼는 2013년 회사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도 직원들의 급여 정보를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급여를 산정하는 공식도 공개했다. 이는 모든 직원에게 급여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해줄 뿐 아니라 본인이 받는 보수가 공정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해 논의할 기회를 제공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알고 거기서 어떻게 올라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됐으며, 더 의욕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시스템스는 연례 업무실적 평가를 위해 매년 총 8만여시간을 들여야 했다. 업무실적 평가 뒤 몇 개월은 자발적 퇴직이 급격히 늘었다.

이 회사는 2013년 연례 업적 평가를 없앴다. 대신 ‘체크인(check-in)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관리자와 직원은 분기마다 한 번 이상 ‘체크인 미팅’을 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별다른 양식도 작성하지 않는다. 이 대화를 통해 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논의한다. 2년이 지난 지금, 체크인 프로세스는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직원과 관리자의 사기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자진해서 그만두는 직원도 30%가량 줄었다.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마켓의 조직은 팀 중심이다. 누구를 팀의 새 일원으로 뽑을지도 각 팀에서 결정한다. 팀 중심 채용 과정을 채택하는 이유는 새 사람을 회사로 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고, 그 결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내려야 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팀에 누구를 참여시킬지에 대한 결정은 팀이 가장 잘 내릴 수 있다.

팀 차원 채용 방식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둘째 겉으로는 대단한 인재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채용하는 실수를 피하는 것이다.

비디오게임을 개발하는 밸브소프트웨어의 직원은 상사에게 지시받을 필요가 없다. 지시를 내려줄 상사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의 책상엔 바퀴가 달렸고 회사에서 필요한 곳 어디로든 굴러갈 수 있다. 모든 프로젝트는 개인 또는 그룹이 회사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때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그 팀으로 책상을 끌고 오면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관리 활동의 상당 부분을 맡기는 것이 득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영사상가인 게리 하멜은 “인간이 현대의 산업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면, 그것을 다시 창조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아이디어는 새로운 경영의 시대를 여는 데 첫걸음을 떼는 경영 재창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오늘날 위대한 경영자들은 제품이 아니라 공장, 즉 업무가 처리되는 모든 곳을 혁신한다”며 “업무의 본질이 산업 기반에서 지식 기반으로 변한 새로운 경영 시스템에선 당연히 사람을 그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