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21일 새벽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21일 새벽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실로 들어갔다. 나온 시간은 21일 오전 4시10분께다. 19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재소환은 없다”고 밝힌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경솔하게 결정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폈다.

◆신 회장, 혐의 대부분 부인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담은 조서만 16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밤 12시께 조사가 끝나자 신 회장은 자신의 진술 등을 담은 조서를 네 시간 가까이 꼼꼼히 살펴본 뒤 청사를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어 독해가 다소 서툰 신 회장이 변호인이 읽어주는 조서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했다”며 “한 부분도 허투루 듣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걸리는 대목이 있으면 반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개입·인지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에서 부당하게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은 나름대로 역할을 하며 받은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이 정부를 상대로 세금 부당환급 소송을 할 당시 대표로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밤샘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날 업무에 복귀했다.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낮 1시30분께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26층 집무실로 출근했다. 임원회의를 주재하고 일상적인 보고도 받았다. 주요 임원들과 검찰 수사를 통해 불거져나온 문제를 혁신할 방안도 논의했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일본 롯데홀딩스 동향을 세세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사법 처리 향방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지만 보유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일본인 등기이사 다섯 명이 절반이 넘는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 이들은 롯데홀딩스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6%), 일본 내 5개 관계사(20.1%), 일본롯데재단(0.2%) 등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일본인 경영진은 그동안 신 회장을 지지했지만 그가 구속되면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檢, 영장청구 놓고 장고

검찰 내부에서는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신중론이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계 순위 5위의 국내 대표 유통기업 롯데의 위상 등을 고려하면 경솔하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수사팀 내부 토론과 대검찰청과의 협의도 거쳐야 해 언제 결론이 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수사팀의 논리로는 영장을 청구하는 게 맞지만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사안의 중대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여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신 회장이 구속되면 국내 경제와 롯데그룹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을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의 혐의가 구속할 정도로 무겁지 않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검찰에는 부담이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 롯데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수사가 아니라 형제간 분쟁으로 촉발됐고 구속영장 청구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해 영장 청구 가능성도 열어뒀다.

박한신/정인설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