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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보낸 정부가 물류대란 풀어야"

입력 2016-09-21 19:02:23 | 수정 2016-09-22 02:34:19 | 지면정보 2016-09-22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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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한진 사태' 해법

해운·구조조정 전문가 15명 설문
해결 책임, 정부·채권단 8명>한진 5명
물류대란 손실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
산업은행 추가 대출에 '면책특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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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인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당장 세계 곳곳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을 거점항만으로 옮겨 하역작업을 하는 데 드는 비용만 2700억원(법원 추산)에 달하지만 한진해운이 보유한 자금은 700억원(자체 유보금 200억원, 전·현직 대주주 사재 출연 500억원)에 불과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600억원 지원안이 실행돼도 여전히 1400억원이 부족하다. 누가 책임지고 이 돈을 대느냐가 핵심이다. 자금 지원이 늦어질수록 물류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타격을 입는다. 한국경제신문은 경제전문가 15명에게 이번 사태의 해법을 물었다 .

◆“지금은 보이는 손이 나설 때”

설문 결과 정부·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이번 사태를 풀어야 한다(8명)는 의견이 한진그룹이 책임져야 한다(5명)는 의견보다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채권단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보낸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 물류대란이 장기화하면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을 지낸 한종길 성결대 물류학부 교수는 “정부와 채권단이 뒷일도 생각하지 못하고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면서 (한국이) 세계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며 “당연히 정부와 채권단이 책임을 지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업무에 잔뼈가 굵은 한 회계법인 임원은 “물류는 일종의 공공재 성격이 있다”며 “보이지 않는 손(시장)이 제 역할을 못할 때는 보이는 손(정부)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제너럴모터스(GM)처럼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법정관리 기업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경제 전문가는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것 자체가 대주주는 더 이상 책임질 수 없으니 책임과 권리를 모두 내려놓겠다는 의미”라며 “법정관리 이후 한진그룹에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한진해운을 대신할 국적 선사로 키우려는 현대상선을 위해서도 정부·채권단이 나서야 한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박 재민 전 대한해운 사장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 국적 선사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현대상선이 해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인 것 같다”며 “현대상선이라도 제대로 키우려면 한진해운으로 인한 물류대란을 정부가 깔끔하게 처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이번 물류대란을 일으킨 1차 장본인으로 한진그룹을 지목하면서도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정부·채권단이 쥐고 있다고 본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최중경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칙적으로는 한진해운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배임 논란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도 “이번 사태는 한진 측이 초래한 측면이 크지만 불이 났는데 누가 불을 냈는지 따질 때가 아니지 않냐”며 “일단 정부가 긴급자금을 투입해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한해운 사장은 “한진해운은 지금 돈이 없고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법정관리 기업에 돈을 지원하면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DIP파이낸싱(기업회생대출)으로 우선 한진해운을 지원하고 법원에서 나중에 이를 우선 변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산업은행에 면책특권을 주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한진해운에 대한 직접 대출은 불가능하겠지만 물류대란으로 피해를 본 중소화주를 염두에 둔 정책자금 성격의 자금 지원은 가능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감사원 감사면제나 면책특권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설문 참여 전문가 15명 (가나다순)

기황영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김병훈 한국무역협회 물류·남북협력실장,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김인현 한국해법학회장(고려대 교수), 민홍기 딜로이트안진 구조조정서비스 그룹장, 박재민 전 대한해운 사장, 박제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박주흥 삼정KPMG 상무, 박홍균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순천대 무역학과 교수),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임치용 김앤장 변호사,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종길 성결대 물류학부 교수(전 해운물류학회장)

안대규/주용석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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