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이 줄면서 올해에만 기업 세 부담이 4조7000억원이나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가 ‘최근의 법인세 인상 조치와 합산 세수효과’ 보고서에서 분석한 증세 효과다.

세부적으로 보면 최저한세율 인상으로 인한 법인세 부담이 7745억원 늘어나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시설투자세액공제, 연구인력개발비 등 각종 투자지원 세제 축소로 1조3130억원의 세 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게 김 교수의 추산이다. 그리고 이 부담은 대부분 대기업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8월 내놓은 ‘법인세 부담 수준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에서 법인세 실효세율이 2014년 16.1%, 2015년 16.6% 등 상승 추세이고, 그 상승폭은 기업규모가 클수록 크다는 분석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기업들로서는 불황 속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야당 등은 한술 더 떠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

기업 세부담 증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는 안 좋은데 세금은 잘 걷힌다는 이른바 ‘세수 미스터리’의 일단을 풀어준다. 물론 여기엔 국세청의 징세활동 강화 등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슈퍼컴퓨터급 전산망을 동원해 거래 쌍방의 자료 대조로 소득 포착률을 높이고, 기업에 과세자료를 미리 통지하는 등의 조치가 효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영세업체 등은 세 부담 급증을 호소한다. 세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 세수가 호조를 보인다는 건 납세자의 고통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경제가 살아나 세수가 증가한다면 백번이라도 환영할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불황 속 세수 확대는 오래갈 수도 없다. 기업의 세 부담 증가가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데 이 나라 경제팀은 오히려 경제를 죽이고 있다. 재정정책은 아예 실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