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빛으로 그린 대나무
흑백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색이 빠져나가면 피사체의 형태와 농담(濃淡)만이 남고, 보는 사람은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돼 그렇다. 컬러의 현혹이 사라져 작가의 마음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옛 화가들이 먹과 물만을 써서 사군자를 그린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다.

사진가 최병관이 흑백으로 찍은 대나무 시리즈는 수묵화처럼 보인다.

최씨는 먹과 물 대신 빛의 강약을 이용해 대나무를 카메라에 담았다. 흑백 사진 속 대나무들을 자세히 보면 그림보다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다. 붓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한 부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다.(갤러리룩스 25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