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1일 경기 평택 오산 미군기지에 착륙했다. B-1B가 한국 기지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1일 경기 평택 오산 미군기지에 착륙했다. B-1B가 한국 기지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두 대가 21일 한반도에 왔다. 5차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다. 지난 13일에 이어 두 번째 출동이다.

B-1B 두 대는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채 군사분계선(MDL)과 가까운 경기 포천 미군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훈련장) 상공을 거쳐 오산기지에 도착,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 “대한민국 방호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이고 굳건한 공약의 일환으로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B-1B 두 대는 이날 MDL 남쪽의 동부전선 및 영평사격장 상공을 거쳐 오후 오산기지 상공에 도착해 앞뒤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저공비행을 했다. 각종 미사일과 지하시설 파괴용 유도폭탄 등을 탑재하고 포천 미군사격장 상공을 비행한 것은 유사시 북한에 대한 폭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공군 F-15K 두 대와 미 공군 F-16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비행한 B-1B 두 대 중 한 대는 곧바로 괌 기지로 향했고 한 대는 선회 비행을 거쳐 오산기지에 착륙했다. B-1B의 한국 착륙은 이례적인 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분석된다. 오산기지에 착륙한 B-1B는 한동안 출격 태세를 유지하며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행동으로 재확인하는 의미도 있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 7공군 사령관 토머스 버거슨 중장은 “한반도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강행한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로 인해 심각한 안보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만약 적이 도발한다면 강력히 대응해 그들의 추가 도발 의지와 전력을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1B는 핵무장은 못하지만, 합동직격탄(JDAM)을 포함한 위력적인 재래식 폭탄으로 융단폭격할 수 있는 데다 스텔스 성능까지 갖춰 유사시 북한 지도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최대 속도로 비행하면 괌 기지에서 출격한 지 2시간 만에 평양을 폭격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이번 폭격기 착륙은 지난 13일 있었던 비행에 이어 이뤄진 것으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첫 단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B-1B에 이어 B-2와 B-52도 순차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해 대북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