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화가 김덕기 씨가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출품한 ‘가족-함께하는 시간’.
색채화가 김덕기 씨가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출품한 ‘가족-함께하는 시간’.
‘행복이란 거대하거나 웅장한 게 아니다. 더구나 정상에 올라 누리는 정복감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을 평안한 마음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여유다. 100% 꽉 채워진 인생보다는 20% 정도 부족하지만 주변 사람에 대한 작은 관심, 솔직한 대화, 따스한 웃음이 행복이다.’

색채화가 김덕기 씨(47)가 줄곧 화폭에 담아낸 ‘80% 행복론’이다. 21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김씨는 “마티스가 자신의 그림에 대해 쉼을 주는 ‘안락의자’라고 한 것처럼 늘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붓끝으로 행복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서울 보성고에서 미술을 가르치다 2007년 전업작가를 선언했다. 전통적인 회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화면에 풀어내기로 마음먹은 김씨는 가족의 소박한 일상과 행복을 화려한 색채로 화면에 담아냈다. 말랑말랑한 색채미학의 ‘매력’ 때문인지 20~30대 젊은 층부터 50~60대까지 폭넓은 팬을 확보하며 단번에 인기 작가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가족의 행복’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마당에 꽃을 심고 가꾸는 풍경, 자전거를 타고 꽃길을 달리는 아이들, 공원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가족, 울릉도로 여행을 떠난 가족의 활기찬 모습 등을 차지게 묘사한 대작 4점과 소품 30여점을 걸었다. 현대인이 꿈꾸는 ‘이상적인 행복’을 담은 작품들이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는 가족 간 유대가 약해지고 있고 홀로 사는 가구만 500만가구가 넘는다”며 “해체된 가정을 회복하는 일이 정부와 사회,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예전이 더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때는 함께 모여 웃고 우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단란한 가족의 행복한 모습에 천착하는 까닭이다.

그는 이런 보편적인 내용을 고집스럽게 화폭에 담고 있지만 현란한 기교나 세련됨이 전혀 없다.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붓놀림 같은 동화적 세계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질박한 느낌의 화면에는 작가 특유의 짙은 감성과 따스함이 배어있다.

그의 작품에는 그림자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그림에서 입체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음영을 나타내야 하지만 어두운 면을 아예 없앤다는 생각에서 그림자를 그리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족 이야기를 계속하면서도 최근에는 세상 사람들 쪽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는 그는 “붓끝의 방향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로 틀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