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누구나 주식회사' 론칭 행사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 / 사진=SK텔레콤 제공
21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누구나 주식회사' 론칭 행사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 / 사진=SK텔레콤 제공
[ 박희진 기자 ] "오후에 비가 올 예정입니다. 우산 챙기세요."

바쁜 아침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스피커가 먼저 말을 건낸다. 스마트폰이나 TV 없이 필요한 정보만 골라 들을 수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SK텔레콤의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 '누구'로 그려본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정 교수는 21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누구나 주식회사' 론칭 행사에서 "사용자가 말을 걸지 않아도 AI가 먼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AI 서비스 누구와 전용 기기인 가정용 스피커를 선보였다. '누구나 주식회사'는 SK텔레콤이 AI 진화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가상회사다. 전문가와 고객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 성격을 띈다. 정 교수를 포함해 정보기술(IT) 디자인 음성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천재 해커' 이두희씨는 누구나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그는 "책임감 있게 팀을 이끌고 싶어서 주식회사라고 이름을 지었다"며 "사용자들과 함께 걸음마 단계인 누구를 함께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주식회사는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고 매월 누구의 서비스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누구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도 외부에 공개한다. 외부 개발자들과 협력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도 30여명의 개발자들이 참석했다.

이두희씨는 "우리 실생활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누구에 바로 추가하는 게 누구나 주식회사의 역할"이라며 "우선 다음달엔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선 누구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각 분야의 경험을 살려 아이디어를 내고 AI 서비스 진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프리랜서 성우 소연씨는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구연동화 서비스를 제안했다. 그는 "누구가 정확한 발음과 감정으로 책을 읽어준다면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들에게 유용한 교육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서비스가 진화하려면 경험 축적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의 사용 경험이 쌓여 데이터베이스가 커질수록 AI는 더 똑똑해진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아마존의 '에코'는 AI가 아닌 스피커 콘셉트로 지금까지 3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며 "사람들이 누구를 가정에 스피커처럼 두고 많이 사용할 수록 AI는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