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매회전율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매회전율이 낮은 운용사를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주식 매매가 잦으면 그만큼 거래비용이 발생, 펀드 수익률을 갉아먹는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운용사가 오히려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즘같은 박스권 장세에선 시장 분위기가 바뀔 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목표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주식 매매회전율이 가장 낮은 운용사는 메리츠자산운용이다. 이 회사의 매매회전율은 11.73%. 전체 보유 주식 중 10%가량만 매매하고, 나머지 90%가량은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거둔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16.70%로 전체 운용사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낮은 매매회전율이 수익률에 독(毒)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자산운용도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의 매매회전율은 17.75%로 메리츠운용 다음으로 낮다. 같은 기간 펀드 운용 수익률은 -4.92%로 전체 평균(-2.09%)에 미치지 못했다.

시황에 따라 민첩하게 주식을 사고 판 까닭에 매매회전율이 높게 나타난 운용사들은 상황이 정 반대다. 현대자산운용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53%로 전체 운용사 중 3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매매회전율은 299.81%로 메리츠운용의 10배가 넘는다. 올 들어 주식 운용성과(11.09%)가 가장 좋은 유경PSG자산운용의 매매회전율도 181.27%에 달한다. 거래비용 손실을 매매차익으로 메우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매매회전율과 수익률이 정비례 관계라고 볼 수만은 없다. 고배당, 가치 투자 원칙을 고수해 온 신영자산운용은 매매회전율이 28.96%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수익률은 1.82%로 시장 평균을 4%포인트가량 앞섰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