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W' 흥행 이끈 송재정 작가
‘차원 이동의 대가’ ‘시공간의 마법사’…. 드라마 작가 송재정(43·사진)에게 붙는 수식어다.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2012)와 ‘나인:아홉 번째 시간여행’(2013)에서 시공간을 거스르는 이야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그는 지난 14일 종영한 MBC 드라마 ‘W’에선 웹툰과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차원 이동을 선보여 ‘차원 이동 3부작’을 완성했다. 2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송 작가를 만났다.

“남들이 안 하는 것, 희한한 것, 특이한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차원을 이동하면 굉장히 극적인 상황이 가능해지거든요. 현실 세계에서 첩보원, 군인들이나 겪을 만한 일을 일반인도 겪을 수 있어요. 저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겪는 특별한 일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일을 겪을 만한 상황을 만들고 싶었죠.”

1996년 SBS ‘폭소하이스쿨’의 예능 작가로 데뷔한 그는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 인기 시트콤 작가로 일하며 상상력을 키웠다. 향을 태울 때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의 실체에 다가가는 박선우(이진욱 분)의 모습을 그린 ‘나인’은 미국에도 판권이 팔렸다. ‘W’에선 스타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 분)의 딸 오연주(한효주 분)가 웹툰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극 중 주인공 강철(이종석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송 작가는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서 프란시스코 고야의 ‘아들을 먹어 치우는 사투르누스’를 봤을 때 ‘W’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1980년대 인기를 누린 노르웨이 그룹 아하(A-ha)의 열혈 팬이었던 덕분에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가 떠올랐고, 여주인공이 만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설정을 더했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대결 구도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캐릭터에 히스토리를 주면 (이야기가) 자기 마음대로 굴러가는 순간이 있어요. 부모 자식의 관계처럼, 주인공의 운명에 제가 어느 정도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질 때도 많았죠. 그런 면에서 극 중 오성무의 죽음은 저의 죽음이고, (지금까지 쓴 작품의 주인공에 대한) 참회록인 셈입니다.”

오연주 역을 맡은 한효주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두 가지 이야기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여주인공의 감정선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원 이동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선을 계속 따라가게 했어요. 결론적으로는 창조자와 피조물의 대립관계에서 소모적인 희생자 느낌이 돼 버려 많이 미안했죠.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그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엉뚱하고 무모한 생각을 참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작품을 만드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럴 때 장애물이 없는 사막을 질주하는 듯한 자유로움을 느껴요. 아직 남아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당장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너무 어두운 이야기라 실제로 방송할 수 있을지는 저도 의문이거든요. 하하.”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