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19일(현지시간) 개막한 ‘2016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총회’의 주제는 자못 비장하다. ‘자유를 향한 전투: 현 상황 그리고 진보를 향한 여정’이다. 좌우이념 갈등이나 정치 진영 간 대립이 아니라 아예 전투(battle)라고 했다. 세계 곳곳에서 자유를 위협하는 국지전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자유는 바로 ‘경제적 자유’다.

고(故)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 MPS 회원들은 자유시장경제의 이념을 지키고 실천하기 위해 1986년 ‘경제적 자유 지수’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올해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 사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사회주의가 붕괴했다. 경제적 자유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성장하고 번영하며, 국민이 더 잘살게 된다는 것이 속속 입증됐다. 개발도상국의 지도자들은 자국의 경제적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그 결과 세계의 경제자유도는 1975년 이후 2배 수준으로 높아졌다(마이클 워커 전 프레이저연구소장).

전쟁은 승기를 잡았지만 변수는 정치였다.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졌고, 정부는 규제와 개입주의의 칼을 놓지 않으려 한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경제적 자유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대표적인 격전지가 미국이다. 부시-오바마 정부를 거치며 미국의 경제적 자유도가 계속 낮아져 왔지만 지금이야말로 최악이다. 경제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두 명의 후보가 질 낮은 대통령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오찬 특별연사로 나선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 경제를 ‘스내푸(snafu·엉망진창)’로, 트럼프가 되면 ‘퓨바(fubar·완전히 망가진 기계)’로 만들 것”이라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큰 불행”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역, 재정, 규제 부문에서 경제자유도가 추락하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 등 포퓰리즘을 우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는 물론 집권당 후보인 클린턴까지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이유로 FTA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특정 지역만이 아니다. 총회에 참석한 석학들은 ‘지구온난화’나 ‘재정 안전성’ 등 새로운 이슈가 제기되면 OECD 같은 국제기구가 어김없이 새로운 규제를 내놓는다며 이 역시 경제적 자유를 위협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을 정부 개입이 많은 분야로 꼽았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해 성공했고, 개발연대를 지나서는 세계적 기업들을 쏟아내고 있는 경제적 자유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2016 경제자유지수’ 27위가 말해주듯 낮은 경제적 자유가 여전히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사유재산권의 자유와 노동시장 자유, 부패 등 분야는 낙제점이다. 한국도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다. 싸우려면 ‘경제적 자유’로 경쟁하라는 것이 자유주의 석학들의 고언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경제적 자유를 위한 전투가 치열하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협회인 MPS는 2017년 5월7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지역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지역대회는 ‘경제적 자유, 번영으로 가는 길’을 타이틀로 경제민주화 등 한국 내 현안들을 다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