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가족같은 유대감으로 동의 얻어내는 버핏의 서한이 가장 좋은 설득 교재
1984년 출간돼 경영도서의 고전으로 불리는 《Influence(영향력)》의 속편이 나왔다. 출간 32년 만이다. 한국에서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Influence》는 지금까지 30개국 이상에서 번역돼 300만권이 넘게 팔렸다. 로버트 치알디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마케팅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전 세계 기업의 마케팅과 판매 담당자에게는 필독서로 통한다.

이달 초 치알디니 교수가 내놓은 속편의 제목은 《pre-suasion(사전 설득)》이다. ‘설득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혁명적인 방법’이라는 부제도 붙었다. 이 책의 목적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예스”라는 대답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 제품을 광고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는 수준을 넘어 모든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득의 관점에서 다뤘다.

저자는 “좋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씨를 뿌리기 전에 좋은 토양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대에게 무조건 ‘일단 믿어보라’거나 ‘써보면 알 것이다’ 혹은 ‘대단한 아이디어가 있으니 들어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신 어떤 조건도 없이 상대에게 뭔가를 먼저 베푼다면 그는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느끼길 원한다면 따뜻한 음료를 먼저 건네주라는 식이다.

치알디니 교수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매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을 최고의 교재라고 소개했다. 버핏은 주요 현안을 설명할 때 “내가 오늘 가족에게 얘기하려는 것을 여러분에게 알려드립니다”는 식의 문구를 사용한다는 것. 이를 통해 주주들이 버핏의 가족과 같다는 유대감을 느끼도록 해 자신의 설명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사전 권고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타이밍을 꼽았다. 설문조사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설문 직전에 선물을 주는 게 나중에 주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예도 들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