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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쇠락형 경제 경로를 틀어야 한다

입력 2016-09-19 17:41:20 | 수정 2016-09-19 23:21:09 | 지면정보 2016-09-20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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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화된 제도와 인기영합주의 탓
성장동력 잃고 고꾸라지는 경제
기업활동의 자유와 존경 우선돼야"

이창양 < KAIST 교수·정책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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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어김없이 굴러가고 그 방향은 관성에 크게 지배된다. 즉, 경제는 특정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경로의존성이 있다. 이 경로를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고 드물다. 이는 경제활동을 규정짓는 제도가 기득권과 높은 전환비용 등으로 바뀌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경제주체들의 사고와 행동이 고정관념과 관행에 지배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환경의 높은 불확실성과 단기 실적으로 평가되는 오늘날의 기업지배구조는 경제의 경로의존성을 높인다. 결국 경제체제의 변화를 수반하는 혁명이나 경제위기가 아니면 경제의 획기적 방향 전환은 어렵다.

우리 경제의 진행 경로는 어떤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산업의 노령화와 역동성 저하로 성장잠재력이 낮아지고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쇠락형 경로로 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산업화의 과정으로 보면 1960년대 이후 농업에서 제조업으로의 산업구조 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중진국에 들어섰지만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의 정체와 함께 고부가가치 서비스경제로의 진전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나아가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각종 규제 입법과 인기영합적인 정책으로 쇠락형 경로로의 진행이 가속화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와 더 나은 복지, 튼튼한 국방력을 바란다면 경제 경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우리가 새롭게 열어가야 할 경제 경로는 어떤 것인가.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이들은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가치판단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을 덮어두고는 새로운 경제 경로의 모색은 어렵다. 우선 역사적인 경험과 학술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 문제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파악하려는 노력과 함께 전문가들의 토론과 국민적 공론이 형성돼야 한다. 객관적 근거가 부실한 일방적인 주장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가치분열 상태에서는 새로운 경제 경로의 정립이 아예 불가능하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시장에 대한 정부(국가)의 적절한 개입 정도와 경제정책의 가치 지향점일 것이다. 시장과 산업을 선도하고 종종 그 위험과 책임을 분담해왔던 정부의 보호자적 역할은 그 효용성을 상실했고, 정부는 시장과 기업보다 영리하다고 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기업 경영의 책임 소재와 대마불사의 용인 여부 등 시장 규율의 확립 문제와 직결된다.

성장(효율성)과 복지(형평성)의 우선순위도 큰 쟁점이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경제민주화 등의 이름으로 가장 첨예한 정치이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 경로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전환을 위해서는 대토론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지식인과 사회주도층을 중심으로 치열한 사실 검증과 건설적인 논리 대결이 요구된다.

다음으로는 우리 모두의 사고와 행동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당연하게 여기던 고정관념과 관행을 철저히 의심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뒤집거나 버려야 한다. 저명한 경제사학자 데어드레이 매클로스키가 주장하듯이 경제 경로 대전환의 대표적인 예인 산업혁명의 근저에는 그동안 천시됐던 기업가와 기업 활동에 대한 존경과 자유의 부여라는 사회의식 대전환이 있었다.

한국 경제가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는 징후는 충분하다. 게다가 기득권과 고정관념으로 화석화된 낡은 제도와 사고, 희망을 걸 수 없어 보이는 정치권의 수준과 행태, 사회의 지나친 오락화와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적 이기주의는 양식 있는 시민들을 좌절하게 한다. 그러나 한국은 더 어렵던 시절에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적이 있다. 이번에도 우리 스스로 한국 경제의 경로 전환에 성공한다면 그것이 곧 제2의 한강의 기적일 것이다.

이창양 < KAIST 교수·정책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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