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빅딜' 금호타이어 매각 시동…실탄 모으는 박삼구, 인수전 채비
거래금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 2위, 세계 12위 타이어제조업체 금호타이어의 매각 작업에 시동이 걸렸다.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서울지점은 20일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42.01%에 대한 매각공고를 내고 잠재적 인수후보 60여곳에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할 계획이다. 글로벌 판매망을 갖춘 타이어업체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것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해외 타이어업체들의 인수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9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순리대로 우선매수권을 쓸 것”이라며 “자금 마련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업체 PEF와 박삼구 회장 간 경쟁

CS가 금호타이어 인수후보를 물색하기 위해 투자안내서를 보내는 곳은 전 세계 전략적 투자자 35곳,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 25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판매망과 중국 내 생산거점을 갖췄다는 점에서 인기 있는 매물”이라며 “중국 타이어제조사와 국내외 PEF들이 인수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투자안내서를 보고 관심을 가진 인수후보들은 CS와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상세 기업 정보가 담긴 상세투자안내서(IM)를 받는다. 예비입찰은 오는 11월 초로 예정돼 있다. 본입찰은 내년 1월에 열릴 전망이다.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내년 1~2월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수후보자의 입찰 가격을 기준으로 행사할 수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서 매각 흥행이 저조해 경쟁자가 적을수록 유리해진다. 매각에 따른 채권 회수 극대화를 노리는 산업은행과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의 마지막 단추인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NH투자증권 등 우호적인 금융회사를 통해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매각 성사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

금호타이어의 차입금과 저조한 실적, 강성 노동조합 등은 향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금호타이어는 연말 1조6000억원의 금융권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다. 대부분 산업은행이나 해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만기가 연장될 확률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러나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은행들의 반대로 차입금 만기연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그룹의 어려워진 재무환경과 유입된 자금이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거치면서 실적이 저조해진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금호타이어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6.3% 하락한 40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6%로 국내 경쟁사인 한국타이어(13.8%), 넥센타이어(14.0%)와 해외 경쟁사인 미쉐린(15.2%), 굿이어(25.6%), 브리지스톤(12.4%) 등보다 크게 뒤처진다.

특히 중국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신차용 타이어(OE) 매출이 연평균 5.2% 감소한 것도 인수 매력을 갉아먹는 요소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후보가 구조조정 이슈를 제기할 경우 노조가 파업에 나설 수 있다”며 “인수가격이 1조원에서 7000억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대규/정지은/김일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