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제조·직매형 의류(SPA) 기업은 스페인의 인디텍스다. 인디텍스는 자라 마시모두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니클로가 1위다. 지난해 유니클로는 매출 1조1169억원을 올렸다. SPA 브랜드 중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며 2위 자라(2904억원)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라이프웨어’로 자리 잡아

유니클로가 프랑스 디자이너와 협업해 내놓은 가을·겨울 신상품.
유니클로가 프랑스 디자이너와 협업해 내놓은 가을·겨울 신상품.
2005년 유니클로는 한국에 진출했다. SPA 브랜드 중 가장 먼저 들어왔다. 매장을 먼저 연 것만으로 유니클로의 성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유니클로는 매출 증가와 함께 1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패션기업이 불황을 겪은 2014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2.02%, 13.9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자라와 H&M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2%대였다.

유니클로가 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핵심 비결은 기능성이다. 대부분의 SPA 브랜드는 싼 가격과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을 중시한다. 반면 유니클로는 히트텍 에어리즘 등 기능성 의류를 전면에 내세웠다. 몸에 닿는 소재가 좋은지, 오래 입을 수 있는지 등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은 유니클로를 택했다. 일본 도레이 등 섬유 전문기업들과 손잡고 기능성 원단을 개발하는 것도, ‘라이프웨어’를 브랜드 콘셉트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델도 다르다. 다른 브랜드는 젊은 여성 모델을 광고에 등장시키지만 유니클로는 노바크 조코비치(테니스), 애덤 스콧(골프) 등 기능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명 선수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의 차별화

유니클로, 히트텍·에어리즘 앞세워 매출 1조 돌파
유니클로가 2009년 첫선을 보인 온라인스토어, 2013년에 개설한 모바일스토어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온라인 또는 모바일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상품을 기획했다. 매장에서 구할 수 없는 XS, XXL, XXXL 같은 특수 사이즈도 판매했다. 카카오톡 플러스에서 약 324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꾸준히 신제품과 이벤트 소식을 전하고 있다. 자라도 2014년에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매장과 같은 상품만 판다. H&M은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한정판 상품을 내놓는 것도 유니클로의 강점이다. 2009년 질 샌더와 협업한 ‘플러스제이’를 시작으로 띠어리, 언더커버, 오즈세컨, 디즈니, 카린 로이펠트 등 여러 패션 브랜드와 한정판 제품을 내놓았다. 특히 샤넬, 장폴고티에 등에서 일했던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와 2014년부터 매년 하반기에 선보이는 협업 제품은 인기가 높다. 서울 명동중앙점, 압구정점, 강남점 등 일부 매장과 온라인스토어에서만 전상품을 팔기 때문에 온라인몰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소속 브랜드 중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법인 패스트리테일링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