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엘, 미국 몬산토 비싸게 샀나…'74조원 빅딜'에 싸늘해진 시장
독일 화학·제약기업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種子)회사인 미국 몬산토를 660억달러(약 74조28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세계 최대 농화학기업이 탄생하게 됐지만 이 결정에 의구심을 품는 투자자가 계속 늘고 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17일(현지시간)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은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늘리며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M&A가 적지 않다”며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바이엘은 몬산토를 인수하면 곡물사업 비중을 30%에서 49%로 높일 수 있고, 인수 후 3년째 되는 해부터 연간 15억달러 규모의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바이엘이 몬산토 인수 의사를 처음 밝힌 지난 5월11일 이후 바이엘 주가는 9.2% 떨어졌다. 외신은 “제약·헬스케어 전문회사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 회사가 되려는 것에 투자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간 몬산토 주가는 14.5% 올랐다.

너무 비싸게 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바이엘은 세 차례에 걸쳐 인수 금액을 높여 불렀다. 최종 결정된 주당 128달러는 13일 종가 대비 21% 웃돈을 얹은 금액이다. 몬산토 인수대금 총액이 바이엘 기업가치(1053억달러)의 63%에 달한다.

바이엘은 부채(90억달러) 인수를 제외한 나머지 570억달러(약 64조1500억원)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지급 거래다. 배런스는 “현금이 풍족한 기업은 인수 대상 기업을 고를 때, 가격을 협상할 때 덜 까다롭게 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바이엘이 너무 후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엘이 제시한 인수 가격은 몬산토의 진짜 가치보다 60%가량 부풀려진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몬산토 인수로 바이엘 순부채는 이자 및 세금 등을 제하기 전 영업이익(EBITDA)의 네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현재 ‘A’인 바이엘 신용등급을 ‘BBB+’로 두 단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무 문제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여론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시장이 과점체제로 재편되면 종자와 비료, 제초제 등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우려하는 농민들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몬산토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을 만든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어 독일에선 바이엘의 인수를 막아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상은/임근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