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4년…엘리트 공무원 3300명 떠났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떠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최고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들이다. 2012년 9월 세종시 이전 후 모든 게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와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 등을 겪으면서 공무원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는 공직사회 ‘엑소더스(탈출)’ 가속화로 이어졌다. 유능한 고위 공무원이 대거 공직을 떠난 데 따른 국가 정책의 품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신문과 인사혁신처가 18일 중앙 부처의 일반직 공무원 퇴직 현황을 공동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자발적으로 공직을 그만둔 공무원은 2만7027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만3120명이 세종시 이전 후 퇴직했다.

세종시 4년…엘리트 공무원 3300명 떠났다
공직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4급(서기관)과 5급(사무관) 공무원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2005년 각각 187명과 201명이던 4급 및 5급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은 지난해 각각 409명과 488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한 2013년 이후에만 스스로 공직을 떠난 5급 이상 공무원이 3296명에 달한다.

세종시 이전 후 시장과의 괴리, 비대해진 국회 권력으로 인한 무기력 등으로 공직에 대한 성취감을 잃은 공무원이 대거 공직사회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5급 이상 공무원 1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직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직을 그만두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68.4%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90% 가까이는 세종시 이전 후 이직 욕구가 커졌다고 답했다. ‘공무원이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2.6%였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할 유능한 공무원들이 떠나면서 공직사회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김재후 기자 kkm1026@hankyung.com